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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CEO 설문조사] "시대착오적 제도가 문제" 7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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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벤처기업 경영인(CEO)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디지털화를 묻는 e-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인터넷 붐을 선도해온 벤처기업인들은 디지털 한국의 현주소에 대해 의외로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과 인터넷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앞서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한국과 일본의 디지털화 수준을 비슷하게 평가했다.

5점 만점에 한국이 3.133점, 일본이 3.1점으로 한국이 근소한 차이로 디지털화가 약간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미국은 5점 만점에 4.33점으로 일본.한국과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평가였다.

해외출장을 통한 잦은 현장방문과 디지털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이들의 지적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n세대의 생활과 문화는 최첨단 디지털이지만 법.제도는 여전히 구석기 시대. "

설문에 응답한 벤처CEO의 54.8%는 국내에서 디지털화가 가장 앞선 분야로 n세대의 생활과 문화를 꼽았다.

초고속인터넷망(ADSL)으로 대표되는 국내의 정보통신 인프라에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45.2%). 반면 '국내에서 디지털화가 가장 뒤져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 로는 71%가 '법과 제도' 를 꼽았다.

이어 '기업오너와 경영자의 인식(22.7%)' '기업조직.경영(12.9%)' 등이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한국의 디지털화를 위해 시급히 고쳐야 할 점으로는 응답자의 34.6%가 '인력양성과 교육제도' 를 꼽았다.

인터넷서점 YES24 이강인 사장은 "웹디자이너 3년차 연봉이 6천5백만원, 7년차 연봉은 1억3천만원에 이른다.

그나마 제대로 일할 사람이 없어 회사에 데려다가 몇년씩 가르쳐야 할 판" 이라고 현장에서 겪는 전문인력난을 호소했다.

이밖에 '정부조직 개편(21.2%)' 과 '벤처지원제도(17.3%)' 도 빨리 고쳐야 할 대목으로 조사됐다. 반면 '정보통신 인프라 부족(13.5%)' 이나 '인증.보안시스템(7.7%)' '조세제도(5.8%)' 를 꼽은 CEO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앞으로 디지털 한국이 자랑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분야는 무엇일까. 벤처CEO들은 '게임.소프츠웨어 등 콘텐츠 산업' 을 가장 먼저 꼽았다. 전체 응답자 중 16명(51.6%)이 콘텐츠 산업을 가장 유망한 분야로 선정했다. '이동통신' 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2.3%였고 '반도체' 라 답한 사람은 3명에 그쳤다.

특히 한국 산업화를 이끌어온 '굴뚝 산업' 의 대표적 두 공신인 '자동차' 와 '섬유.화학' 은 한표도 얻지 못했다.

최근 2~3년 동안 한국 디지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주역으론 36.7%인 11명이 '초고속인터넷' 을 꼽았다.

다음으로 '코스닥' 과 '이동통신' 이 나란히 16.7%를 차지했다. 'PC방' (4명, 13.3%)과 '게임.소프트웨어 등 콘텐츠(4명, 13.3%)' 라는 의견도 나왔다.

국내 디지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는 미국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개발담당자를 꼽았다(7표). 벤처CEO들은 "빌 게이츠는 디지털 기술혁명을 전세계적으로 선도한 인물" 이라고 응답이유를 밝혔다.

또 한글 개발로 소프트웨어 발전에 공헌한 드림위즈의 이찬진 사장이 3표를 얻었고 남궁석 전 정보통신부장관도 2표를 얻었다.

라이코스 가종현 사장은 "경제위기를 불러와 디지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힌 인물" 이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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