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유있는 투수 운용의 실패

중앙일보

입력

많은 이들이 호주전과 쿠바전의 패인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잘못된 투수 로테이션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평가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하기에도 선발 투수의 기용 그리고 구원투수 교체와 그 타이밍에 대해 조금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19일 호투한 김수경을 제외하고는 선발로 나왔던 17일의 임선동, 18일의 정민태는 3이닝도 채우지 못하는 부진함을 보였다. 이탈리아와 호주의 타선이 최상위권이 아님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기대 이하의 피칭은 기량이 떨어지기 보다는 컨디션이 썩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인식-주성로 등 투수들의 구위를 점검하고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코치들의 책임이다.

투수 교체에 대해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먼저 18일 호주전을 보자.

동점까지 허용한 빌미를 제공한 박석진, 송진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임창용의 투입은 실패작이었다. 1이닝 동안 무려 4안타를 허용하는 부진을 보인 것을 봐도 컨디션에 조절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19일 쿠바전에서 김수경의 교체 시기를 놓친 부분과 5대 5로 동점인 상황이었던 8회초 진필중을 대신 해 손민한을 투입하여 역전 홈런을 맞은 부분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과 구위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내리지 못한 책임이 크다. 물론 이번 올림픽에서는 국내 프로 경기 때와는 전문적인 배터리 코치가 없고 또한 불펜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불펜 투수들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면이 없지 않다.

또한 출장 중인 선수들을 분석하는 요원 조차 ID 발급을 받지 못해 일반석에서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어 스피드 조차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는 등 여건이 열악한 부분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라이벌인 일본에서는 분석 요원들이 홈 플레이트 뒤의 본부석에서 선수들의 대한 정확한 정보를 경기 중 수시로 덕 아웃에 제공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여하튼 한국의 코칭 스텝은 투수들에 대한 컨디션 및 구위를 투구수로만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전에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보여주고 있던 구대성을 조기 강판 시킨 것, 또한 쿠바전에서 호투하고 있었지만 체력이 떨어진 김수경을 늦게 마운드에게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하튼 코칭 스텝진은 선수에 따라 혹은 그 날 컨디션에 따라 한계 투구수가 변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어 버렸다.

권위주의적으로 지시만 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좀더 선수들에 가깝게 다가가 정확한 체킹을 하는 것이 현재 코칭 스텝진에게 시급히 내려진 숙제이자 의무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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