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호주인의 꿈, 이안 소프

중앙일보

입력

이안 소프는 더 이상 `수영영웅'이 아닌 듯 하다.

19일 남자 자유형 계영 800m에서 또 다시 자국을 정상으로 이끌며 호주인으로서 두번째 단일올림픽 3관왕에 오른 소프는 새천년 `훌륭한 신세대'의 상징이 되어 전 호주를 들끓게 하고 있다.

실력이야 더 말할 것이 없는 소프의 주가를 상한가로 끌어 올린 것은 언론이 포장한 그의 `모범생이미지'.

195㎝의 훤칠한 키, 단정한 용모, 약물에 대한 혐오, 가정을 사랑하는 영웅이 언론을 통해 호주인들에게 각인된 소프의 이미지다.

슈퍼스타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는 달리 그는 어머니의 빵굽는 냄새가 흐르는 집을 유일한 휴식처로 알고 정신없이 방을 어질러 놓지만 매일 아침 어머니에게 커피를 끓여다 주는 착한 아이로 보도됐다.

게다가 완벽한 운동신경을 가진 소프가 `의학도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때 전 호주의 여성들은 '소프같은 아들을 가졌으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타이거 우즈와 종종 비견될 만한 그의 능수능란한 `언론플레이'는 이같은 열기에 휘발유를 부은 격이다.

2관왕에 올라 하늘을 찌를 듯 했던 소프의 기세가 18일 자유형 200m에서 페테르 반 덴 호헨반트(네덜란드)에게 패해 한풀 죽었을 때 그는 "한 뛰어난 선수가 나를 이겼다"고 말해 17살 소년영웅답지 않은 겸손함으로 인터뷰에서도 금메달 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또 주위의 지나친 기대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스스로 갖는 기대는 그것들을 능가한다"고 받아넘기는 재치까지 선보였다.

올림픽에 도취해 있는 호주는 지금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

호주는 그 달콤함을 극대화시켜 주었고 앞으로도 지속시켜 줄 `신세대영웅'으로 소프를 택한 것이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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