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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페임〉히로인 소냐를 만나다

중앙일보

입력

오는 9월29일부터 10월15일까지 일년 반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페임〉의 히로인 가수 소냐(20)
를 만났다. 생각보다 너무 작고 앳된 모습에 도대체 이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목소리가 나올 수 있나 싶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대뜸 첫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노래를 그렇게 잘 하게 됐어요?" 뭐 그런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돌아오는 대답은 "노래가 좋아서 어렸을 때부터 자꾸 부르다 보니까 이렇게 됐어요." 우문이었다. 그녀에게는 노래가 그냥 생활 그 자체인데... 일반 사람에게 "어떻게 태어나게 됐어요?"를 묻는 격이었다.

어린 나이에 잘 나가는 뮤지컬 주연을 두번이나 맡고 메이저 음반사에서 앨범도 두장을 낸 가수. 얼핏 잘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된 운 좋은 아이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녀의 지난 얘기를 듣는다면 소냐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스무살 나이에 걸맞지 않는 감정의 뿌리를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알려졌다시피 그녀는 혼혈아다. 지난 1980년 미군 흑인병사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녀는 고아다. 아버지는 소냐가 태어난 지 1주일쯤 됐을 때 대여섯살 위인 오빠만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가버렸고 어머니마저 여덟살때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 갈 때까지 호적도 없이 '소냐'로만 불리다가 학교갈 시기가 되자 옆집 아저씨의 김씨성과 '소냐'의 한국식 발음을 딴 '김손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가족이라고는 외할머니밖에 없던 소냐는 고등학교 진학시 낮에는 공장 일을,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닐 수 있는 구미공단 안의 금오여고를 선택했다. 고막을 때리는 기계소리로 가득한 방직공장은 그녀에게 목청을 틔우는 가창연습 공간이 돼주었다.

결국 그녀의 음악적 재능을 아깝게 생각한 학교 교사들이 나섰다. 각종 매니지먼트 회사와 방송사에 그녀의 사연을 보내고 오디션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디라도 달려갔다. 지금의 소속사인 소니뮤직에 발탁돼 지난해 1집 '너의 향기'를 발매했고 제2의 인순이라는 평을 얻으며 성공의 문턱에 다다른 듯 보였다. 그렇지만 음반활동만으로는 그녀의 재능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도전한 것이 뮤지컬. 신인으로서 여러 분야에 발을 담근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소냐는 해냈다. 〈명성황후〉를 제작한 에이콤의 대표 윤호진씨에게 "뮤지컬을 위해 태어난 가수"라는 극찬을 들으면서 극중 카르멘 디아즈로 다시 태어났다. 뮤지컬은 그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기회였다. 객석을 사로잡는 무대매너와 실전경험에서 나오는 대담성, 그리고 풍부한 감정표현 등 가수활동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값진 것들을 몸에 익혔다.

2집앨범 얘기가 나오자 소냐는 아주 신이났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이나 일본의 인기여가수 우타다 히카루 얘기를 하면서 "제 1집을 듣고는 직접 곡을 주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인다. 2집의 분위기는 록비트와 소울창법이 가미된 힘있는 댄스란다. 소냐의 최대무기인 가창력을 살리면서도 최근 신인가수들의 추세인 댄스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다. 〈페임〉이 무대에 오르는 9월말에 발매되는데 뮤지컬 출연과 음반활동을 병행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부족한 연기와 춤을 보강해 지난해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하는 소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거 굉장한 여가수가 하나 나오겠는데..."라는 주제넘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하루 스케줄이 빡빡할 것 같은데

오전 아홉시쯤에 연습실에 나와서 노래연습하고 오후에는 2집 활동에 필요한 안무연습을 다섯시까지 해요. 그거 끝나면 간단히 밥 먹고 〈페임〉연습을 하는데 대본연습·안무연습·노래연습 등뮤지컬에 필요한 연습은 다 하죠. 근데 연습 끝나는 시간은 따로 없어요. 연출선생님이 이만하면 오늘은 됐다고 하실 때까지 계속 하는 거죠 계~속.

▶ 가수와 뮤지컬 배우, 어느쪽이 본인에게 더 맞는지

둘다 재밌어요. 둘다 노래하는 거니까요. 틀린 것 같기도 하지만 직접 해보면 비슷한 게 많아요. 가수도 어떻게보면 무대에서 노래로 연기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뮤지컬도 계속 해보고 싶어요. 좋은 작품을 할 기회만 생긴다면 언제든지 무대에 설 거예요.

▶ 지난해 처음 무대에 설 때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너무 많았죠. 우선은 대사나 연기가 너무 어려웠고 춤도 잘 못추니까 어려웠구요. 한번은 제가 대사를 잊어버리고 안 해버리는 바람에 같이 무대에 있던 나머지 세사람까지 대사를 이어가지 못한 적도 있었어요. 중요한 대사 네마디가 다 사라져버린 거죠. 얼마나 당황스러웠던지... 다행히 다른 남자배우가 어떻게 즉흥적으로 마무리하고 넘어갔으니 망정이지 큰일날 뻔 했어요. 이번에는 그런 일 없어야죠.

▶ 2집 음반도 나온다던데 소개를 좀 해달라

2집앨범 〈충전〉은 신나는 댄스곡이 타이틀이예요. 그냥 댄스는 아니구요 록적인 댄스, 소울적인 댄스 등 색깔있는 댄스곡들이 많아요. 그리고 일본에서 1천만장의 앨범을 판매한 우타다 히카루의 'Movin' on without you'를 리메이크한 곡도 있구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도 직접 곡을 줬어요. 그 외에도 예쁜 발라드, 슬픈 발라드, 신비스런 노래 등 너무 다양하고 멋진 곡들로 가득해요. 열심히 했으니까 많이 들어주세요.

Joins 엔터테인먼트 섹션 참조 (http://enzon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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