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돌란의 `인간승리' 올림픽 2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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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선수에게 치명적인 천식도 다리수술도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17일 시드니올림픽 수영 남자 개인혼영 4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2연패를 이룩한 톰 돌란(미국)의 `인간승리'가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경기가 열린 이날 지병인 천식이 심해져 갑자기 발작증세를 보인 돌란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산소탱크를 선수촌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게 되자 미국 의무실 뒤편의 트레일러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안정을 취한 뒤 결승에 나섰다.

죽다 살아난 돌란이 세운 기록은 4분11초76.

자신이 94년 세계선수권에서 세웠던 기록을 0.54초 단축시키며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 이어 두번째 정상에 오르는 순간 그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포효했다.

하지만 돌란의 사연을 아는 이들은 누구도 그의 환호에 손가락질 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앓았던 천식때문에 면역시스템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돌란은 지난달 미국올림픽대표선발전에서는 비루증으로 위기를 맞았고 지난해 5월에는 무릎수술로 한해 농사를 일찌감치 접어야 했을 만큼 운명은 그의 의지를 모질게 시험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빛을 잃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던 어릴적 꿈은 그를 매번 절망에서 일으켜 세웠고 돌란은 혹독한 훈련으로 자신을 단련해갔다.

금메달을 목에 건 돌란은 "6년동안 곡절을 겪으며 간절히 바랬던 꿈을 이뤄 기쁘다"고 말하고 "특히 최악의 상황에서 세운 기록이기에 이제껏 내가 세운 어떤 업적보다도 값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둠이 깊을 수록 별은 더욱 밝게 빛나듯 모진 운명과 단호히 맞선 돌란의 인간드라마가 아름답기만 하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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