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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실크로드 시대] 中. 에너지 안보에 큰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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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모스크바 지점장 김영대씨는 요즘 사무실에 걸려 있는 중앙아시아 입체지도를 바라보며 일과를 시작한다.

지난 1980년대 말부터 소련 교역에 뛰어든 이 바닥 최고의 장사꾼인 그는 경의선 연결 소식에 밤잠 마저 설친다고 했다.

남북한이 철도로 이어져 중국.러시아.중앙아로 연결될 경우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이 지역에서 쳐다보지도 못했던 액체화물 교역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열차로 중앙아시아.유럽과 이어지면 이 지역과의 교역 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철도로 액체화물을 담은 탱커수송이 가능해지면 교역품목의 다양화는 물론 일본과 선진국들이 독점하다시피한 이 지역의 자원개발, 인프라 건설사업에 우리 기업들도 경쟁력 있게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극동 연해주 나홋카시 부시장인 알렉산드르 벨스키도 15일 "연해주 지역이 잠에서 깨어날 절호의 기회" 라며 "경의선 연결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활성화할 것이고 한.러 공단을 비롯한 극동 러시아 지역의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권원순 교수는 "일본과 카자흐스탄은 이미 경의선을 타고 중앙아시아로 향할 물동량이 환적될 주요 환적역에 대한 투자를 선점하고 있다" 고 말했다.

權교수는 "일본은 장기적으로 남북횡단철도를 통해 극동의 물동량이 중국 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에 실려 중앙아시아 지역 등지로 몰려올 것으로 보고 지난 95년부터 중국.카자흐스탄의 국경도시 두르즈바에 TCR(표준궤)과 TSR(광궤)를 변환할 수 있는 환적시설 등 물류기지를 건설했다" 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이 사업에 2천만달러의 차관을 제공했으며 국제투자공사 등도 사업 타당성을 높이 평가해 카자흐스탄 정부에 장기저리의 차관을 제공했다.

모두 5개의 터미널이 있는 두르즈바역은 하루 화물열차 3백량, 여객열차 25량을 환적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윤성학(전 우즈-대우 경제연구소)씨 등 현지기업가와 전문가들은 한국정부도 일본처럼 경의선과 TCR의 접점, 경의선과 TSR의 연결지점인 에렌호트.만주리.하산 등에 거점식 물류기지 건설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90년대 초반부터 삼성의 카자흐스탄 동광개발 사업에 참여한 임종완 차장은 17일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이 지역에서 자원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석유.천연가스.동광.철광.우라늄광.석탄광 등 환금성 자원부존량이 세계 최고수준인 이들 지역 곳곳엔 이미 BP아모코.쉐브론.엑슨.삼성.미쓰이 등 각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뛰어들어 21세기를 앞두고 치열한 자원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며 "경의선 연결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도 이 지역에 대한 단순교역상의 경쟁력 확보만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자원개발투자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고 말했다.

교통개발연구원 전일수 박사는 "경의선이 연결될 중국내 주요 포인트에 생산.물류기지를 건설해 중국 내륙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이미 중국에는 대만.싱가포르.홍콩 등 해외직접투자가 많이 들어와 있지만 위치가 남서쪽에 치우쳐 있어 우리가 경의선 연결을 계기로 중국의 동북쪽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다롄(大連)쪽에 많은 기업을 세워 제3국 진출과 내륙 내수용으로 쓰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음성직 수석전문위원.김석환 국제부차장.차진용 경제부기자.남윤호 도쿄특파원.강갑생 사회부기자

자문단= 권원순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전일수 교통개발연구원 부원장.장인숙 콘스트라넷닷컴 고문(전 북한토목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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