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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의 마켓워치] 유럽계 자금도 증시 복귀 … 기업실적 예상 밖 호전에 외국인들 환차익까지 노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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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김광기 머니&마켓팀장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왔다. 증시 전문가들의 ‘상저하고’ 예상을 깨고 국내 증시가 연초부터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외국인이다. 1월 한 달간 주식을 순매수한 대금이 6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쇼크’ 이후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금(7조5000억원)의 80%가 단숨에 돌아온 셈이다.

 도대체 뭐가 달라진 것일까? 유럽 재정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올해 글로벌 경제가 지난해보다 못하리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 아닌가?

 먼저 유럽발 위기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에 대한 준비가 끝났다는 자신감이다. 그리스의 채무 조정을 위한 국채 교환 협상이 지지부진하지만, 유럽의 채권 은행들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망하는 일은 없도록 단단히 조치해 뒀다는 얘기다. 지난해 유럽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대거 내다팔았던 것도 그 일환이었다. 물론 이탈리아 등 남유럽 주변국으로 사태가 번지면 상황은 또 달라지겠지만, 다행히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6% 선까지 떨어지는 등 신용경색이 완화되는 추세다.

 이를 반영해 주목할 게 바로 유럽계 투자자들의 복귀다. 1월 중 유럽계 자금의 한국 주식 순매수액은 2조원을 넘었다. 밖으로 굴릴 여윳돈까지 생긴 가운데 한국을 투자처에 포함시킨 것이다. 지난해 다급한 심정에 울며 겨자 먹기로 팔았던 주식을 다시 채워 놓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미국의 경기지표와 기업 실적이 예상 밖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1.8%였던 것이 4분기엔 2.8%로 올라섰다. 유럽발 위기가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었던 때였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실업률과 주택지표도 미약하나마 호전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 신기한 것은 미 기업들의 실적이다.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순익이 1년 전보다 100% 이상 늘어나는 등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수익성이 더 좋아졌다. 실적을 따라 주가가 오르는 것은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

 그 틈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대표 기업들도 다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요즘 외국인들이 사들이는 종목은 삼성전자·현대차·LG화학·신한지주 등 다 알려진 그런 종목들이다. 더구나 국내 주가가 오르면 원화가치도 상승(환율 하락)하게 마련이어서 외국인들은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증시의 변동성은 국제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오를 때는 다른 곳보다 더 크게 오르고, 내릴 때는 반대로 더 심하게 망가진다. 그렇게 만드는 증폭기가 바로 외국인이다. 증시의 국내 기관 비중이 15%에 머물다 보니 외국인(비중 33%)이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외국인 놀이터’란 말이 달리 나온 게 아니다. 그렇게 이번 상승장에서도 국내 증시는 외국인 장단에 춤을 출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언젠간 또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시장을 뒤흔들겠지만, 이제 막 복귀했다는 점에서 아직 이를 걱정할 때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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