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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태 악화 시 유가 200달러” 연 10% 목표 유전펀드 나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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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호 20면

근래 긴장감이 감도는 중동 걸프만의 바레인 사키르 사막 유전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오일펌프로 원유를 끌어올리는 모습. 이란은 이날 걸프만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 수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바레인 AP=연합뉴스]

고유가 기조에 대처할 만한 금융상품은 뭐가 있을까.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다. 중동산 원유의 대표 유종인 두바이유 시세는 연초보다 5% 가까이 올랐다. 국내외 에너지 연구기관과 금융회사 중에는 올해 유가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곳이 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5일 주요 20개국(G20)에 보낸 정기 통지문에서 국제사회의 이란 핵 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중단되면 원유 공급 부족으로 제재 초기에만 국제유가가 20~30%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상승기,원유 관련 금융투자는

고유가는 실물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공장의 연료·재료비가 오르고, 가계 일상생활에는 교통·난방비 등 주름살을 키운다. 하지만 자본시장은 이야기가 다르다. 투자자는 유가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유가가 떨어지면 주식시장에서 항공·해운주 등이 주목받는다. 반대로 지금처럼 고유가 조짐이 보이면 원유를 재료로 삼은 금융상품 투자로 유가 상승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국제 원유시장에는 서부텍사스유(West Texas Intermediate·WTI)·브렌트유·두바이유 3대 유종이 있다. 한국 경제에는 두바이유 가격이 중요하다. 국내 수입 원유의 80%가량이 두바이유를 비롯한 중동산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WTI는 미국 내에서 대부분 소비되고, 영국 북해 유전에서 생산되는 브렌트유는 유럽이 주요 소비처다.

지난해 11~12월만 해도 올해 유가가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일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란 문제가 터지면서 배럴당 200달러 이상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는 곳까지 나오고 있다. 프랑스 대형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은 ‘국제유가는 서방의 이란 금수 조치가 단행될 경우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150달러까지, 서방의 금수 조치에 반발한 이란이 원유 주요 공급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110.9달러였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때 배럴당 21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 변수가 아니어도 올해 유가가 지난해보다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중국 원유 수요 증가로 브렌트유가 올해 배럴당 평균 12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투자할 만한 원유 관련 상품으로 원자재펀드와 파생결합증권(Derivative Linked Securities·DLS) 등의 간접투자 상품을 권한다. 두바이유는 대부분 현물로 거래된다. 규모와 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전문 석유 중개상이 아닌 이상 투자하기 어렵다. 조용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팀장은 “일반인 입장에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WTI와 브렌트유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WTI는 미국의 뉴욕상업거래소(NYMEX), 브렌트유는 영국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각각 선물(先物)로 거래된다.

물론 해외 선물계좌를 개설하면 직접 선물거래를 할 수 있지만 리스크가 크고 거래 절차가 번거롭다. 원자재펀드는 일반인이 직접 투자의 위험성을 줄이면서 편리하게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원자재펀드는 원유·구리·금·농산물 등 다양한 원자재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이들 펀드는 기본적으로 해당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높은 수익률을 얻는다. 이 중 국내에서 판매 중인 원유펀드는 대부분 미국 NYMEX의 WTI 선물에 투자한다. ‘미래에셋맵스TIGER원유선물펀드’ ‘삼성WTI원유펀드’ ‘한국투자WTI원유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률이 오르는 구조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6일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 수익률은 세 펀드 모두 8%대로 좋다. 각 펀드는 세계적 상품투자지수 중 하나와 계약해 벤치마크로 삼은 후, 해당 지수에서 제시한 투자전략을 따른다. 이 중 미래에셋맵스TIGER원유선물펀드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다. 일반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도 자주 발행된다. DLS란 원유·금 등의 원자재나 환율, 금리, 기업 신용위험도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상품이다. 증권사들은 투자자의 돈을 모아 관련 상품에 직접 투자하거나 해외 금융상품에 재투자한다. DLS는 기초자산의 가격이나 변동폭이 증권사가 예상한 박스권에서 움직일 경우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구조다. 가령 지난 25일 출시된 동부증권의 41회 DLS는 WTI와 함께 국내 증시의 우량주지수인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1년 만기의 원금보장형 상품이다. 만기 때 두 기초자산의 가격(지수)이 최초 가입 시점보다 높고 상승률이 25% 이내에 있다면 최대 연 20%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단, 가입기간에 두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25% 이상 오른 적이 있으면 안 된다. 그런 경우엔 연 4%의 수익만 지급한다.

최근에는 일반 투자자가 직접 유전에 투자하는 유전펀드도 출시됐다. 한국투자신탁자산운용의 ‘앵커(ANKOR) 유전 해외자원개발펀드1호’는 미국 서부 멕시코만에 위치한 ‘앵커유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31일까지 3500억원 한도로 삼성증권·대우증권에서 판매한다. 앵커유전은 한국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이 공동 투자했다. 투자자들은 한국석유공사가 보유지분 80% 중 매각하기로 한 29%의 지분을 사들이는 형태로 투자하게 된다. 예상 수익률은 연 10%이며 만기는 15년이다. 하지만 펀드가 결성되면 향후 90일 안에 한국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펀드는 다음 달 2일 만들어진다. 원금 전체가 보장되지는 않지만 보험 가입 방식을 통해 투자 원금의 82.5%를 보장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측은 “유가가 오르고 생산량이 예정대로 나오면 수익률이 더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7년간 WTI가 배럴당 평균 80달러, 8~15년은 배럴당 평균 100달러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예상 수익률이 10%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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