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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앞세운 한나라 새 정강은 김종인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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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정치쇄신분과 위원장(오른쪽)이 27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 희망 찾기 시리즈-1탄 보육·교육편’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이양희 비대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태성 기자]

한나라당이 헌법 119조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정강·정책의 맨 앞쪽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기업·시장 프렌들리’ 색채가 강한 현재의 정강·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한나라당 비대위 산하 정책쇄신분과위는 27일 회의를 열어 전문(前文)과 10대 과제, 24개 정책으로 이뤄진 정강·정책 개정안을 마련했다. 분과위 소속 권영진 의원은 “모든 국민이 행복한 복지국가 건설을 (정강·정책의) 첫 번째로 내세웠고, 두 번째로는 일자리 창출을, 그 다음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경제민주화 실현(119조2항)을 담았다”고 말했다. 또 정강·정책을 ‘국민 약속’이라 부르기로 했다.

 경제민주화 조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충실히 입각해 정책을 마련할 경우 대기업 개혁정책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여당 국회의원이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주도해 만들었다. 그래서 개정안은 ‘김종인 작품’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김 비대위원은 좀 더 강력한 쇄신책을 원한 반면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두 사람 사이에 갈등 기류가 형성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갈등설’에 대해 “언론에서 그렇게 쓰신 것뿐이지요”라고 부인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30일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경제민주화’ 조항을 담은 정강·정책 개정안을 의결하는 대로 본격적으로 대기업 개혁을 위한 정책 마련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김 비대위원은 “경제민주화 조항에 입각해 소위 경제세력(대기업)과 관련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대기업이 빵집, 떡볶이·순대가게 등 ‘골목상권’까지 잠식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민주통합당이 ‘재벌개혁’을 강력히 표방하고 있어 한나라당도 대기업을 압박하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게 될 전망이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점령하는 게 박지성 선수가 골목축구 대장노릇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국민의 불만이 높아질수록 대기업 집단의 탐욕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정책분과위 개정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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