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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일본 성장영화 ‘가슴 배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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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개구쟁이 중학생들의 성장기를 유쾌하게 다룬 일본영화 ‘가슴 배구단’.

‘가슴 배구단’. 2009년 일본에서 개봉했던 이 영화의 원제는 ‘옵빠이 바레’다. 옵빠이는 여자의 가슴을 뜻하는 속어고, 바레는 ‘발리볼(배구)’의 줄임말이다. 여교사의 가슴을 보겠다는 목표를 위해 대회 1승에 도전하는 중학교 배구부 학생들의 땀과 눈물을 그린 영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교사의 가슴은 노출되지 않는다. 카메라는 여자의 가슴 대신 함께 땀 흘리고 열정을 발산하며 남자로 성장해 가는 까까머리 중학생들의 내면에 집중한다.

 영화는 1979년 키타큐슈(北九州)의 한 중학교에 전입 온 여교사 미카코(아야세 하루카)가 배구단 고문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배구공조차 만져본 적 없는 단원들은 사춘기의 성적 호기심에 충만해 여자 가슴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미카코는 아이들에게 도전 정신을 고취하려 하지만 아이들의 술수에 휘말려 얼떨결에 ‘대회에서 1승을 하면 가슴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만다. 자극을 받은 아이들, 똘똘 뭉쳐 1승을 향해 매진한다. 구보를 하면서도 ‘옵빠이 옵빠이’를 외칠 정도다. 영화가 여기까지라면 ‘으랏차차 스모부’(스모), ‘워터보이즈’(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등의 스포츠 성장영화를 ‘불순’한 목표로 변조한 아류작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얘기의 또 다른 기둥은 여교사 미카코의 성장기다. 전에 있던 학교에서의 불상사로 교사로서의 자신감을 잃어가던 미카코는 배구단을 지도하면서 자신감을 되찾고, 스승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깨닫는다. 아이들을 거울 삼아 커가는 스승의 일기장이다.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했다. 동명소설의 원작자 미즈노 무네노리가 라디오 작가를 할 때 남자배구팀 고문을 맡고 있는 한 여교사가 “우승하면 부원들에게 가슴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사연이 모태가 됐다. 일본의 톱스타 아야세 하루카의 진지하고도 귀여운 연기도 일품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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