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에서 '디지털'로 대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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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권 사장(오른쪽)과 최지은 부사장은, 이번 디지털 신사업 전개를 계기로, 티엔비 기업문화와 기업구조를 기존 ‘아나로그식’에서 ‘디지털식’으로 완전히 바꾸겠단 포부를 내비쳤다.

대기업과 싸우며 18년간 유압기 분야에서 오로지 한 우물만 파온 한 ‘굴뚝형’ 중소기업이 경쟁 대기업을 다 쓰러뜨린 이후 대변신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에 있는 (주)티엔비(대표 임순권)는 이 공단내에선 저력있는 강자(强者)로 소문나 있다. 웬만한 중소기업은 IMF 한파를 못이겨 쓰러졌지만 이 회사는 거꾸로 대기업들을 물리치고 시장에서 꿋꿋하게 혼자 살아 남았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대기업도 힘든 국내 자동화기기 시장을 평정한 작은 거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승자에겐 도전해야 할 산이 언제나 있는 법이다. 티엔비가 ‘21세기형 도약’을 위해 TFT-LCD모니터, TFT-LCD TV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에 뛰어들면서 대변신에 나선 것.

새 술은 새 부대에-. 회사의 대변신을 위해 지난 3월엔 신사업을 책임질 CEO를 공모하기도 했었다. 인재를 널리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지난 5월 최지은씨(55)를 연구소장 겸 부사장급 CEO로 영입했다.

LG전자 출신인 최지은 부사장은 손꼽히는 디지털전문가. 연세대 전기과를 나온 그는 이미 70년대에 컬러TV 개발 주역으로 사내에서 대단한 성가를 얻었고, 이후 LG도쿄연구개발본부장, LG정보기기연구소장, LG전자 기술전략임원 등을 역임한 인물. LG에서 나와 디지털쪽 중소기업 사장도 지냈다. 따라서 회사의 디지털사업이 그의 손 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부사장은 새로 도전할 TFT-LCD모니터 시장을 어떻게 볼까. “미국의 권위있는 조사기관인 스탠더드 리서치의 99년 말 자료에 따르면 LCD모니터 세계시장 규모는 2000년 6백42만 대에서 2001년 1천1백27만 대, 2002년 1천8백41만 대, 2005년 3천71만 대로, 5년 만에 5배 정도 급증할 전망입니다. 2005년에는 노트북PC보다 LCD모니터 시장이 더 유망할 것입니다.” 한 마디로 LCD모니터가 중소기업으로선 도전해 볼 만한 유망시장이란 얘기다.

사실 이 시장은 치열하다. 국내에도 이미 수십 개 군소 LCD모니터 제조업체들이 난립중이다.

─후발주자로서 이런 경쟁을 과연 잘 뚫을 수 있나.

“자신있다. 무엇보다도 가격경쟁력이 시장승패의 첫째 요인이라고 본다. 대기업에 비해 판매관리비를 20% 정도 줄이고, 이를 가격에 반영시킬 생각이다. 돈드는 공정은 아웃소싱으로 처리, 원가도 최대한 낮춘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의 무기는 첨단기능. 예를 들어 에이직칩을 자체개발, 원터치식 밝기조절 기능 같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능을 모니터에 첨가하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최부사장은 “현재 LCD모니터는 가격과 기능이 모두 그게 그게”라면서 “만약 차별화된 제품이 나오면, 소비자 인기를 독차지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확신을 보인다. 그는 일단 국내보단 일본시장을 1차 공략지역으로 삼고 있다.

곧 선보일 히든 카도도 많다. LCD모니터와 사촌지간인 LCD TV는 물론이고, RF ID카드도 다크호스 상품으로 준비중이다. 최부사장은 “무선주파수방식 인식카드인 RF ID카드를 개발, 무인주차관리·요금자동징수·출입통제 시스템이 필요한 업체에 내년부터 공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올 예상매출은 1백4억원선. 기존의 유압자동화기기 60억원, 전자제품 30억원, LCD모니터 14억원 등이다. 하지만 내년엔 유압 69억원, LCD모니터 1백15억원, LCD TV 4억원, RF ID카드 4억원 등 총 1백93억원이 들어올 전망이다. 새사업인 디지털제품이 매출의 64%에 달한다. 2002년엔 유압 70억원, 디지털 2백79억(매출비중 79%) 등 총 3백49억원이 예상된다. 2003년엔 유압 70억원, 디지털 3백98억원(85%) 등 4백68억원으로 도약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작은 거인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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