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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우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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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뇌내 화학물질의 생물학적 반응에 불과하고 이 화학작용은 4년이면 끝난다는 도발적인 주장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인류학자 헬렌 피셔가 이보다 더 격렬한 찬반 양론을 불러모을 신간 〈제1의 성〉을 내놨다.

〈제1의 성〉은 여기서 여성을 가리킨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1949년에 발표한 〈제2의 성〉에서 '여성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여성으로 만들어진다' '여성은 사회에서 2류의 지위, 즉 제2의 성으로 내몰렸다' 고 말했지만, 저자는 이같은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다.

여성은 만들어진다기보다 태어나는 존재라는 것이다.

흔히 선천적 차이가 남성 우위의 근거로 쓰여왔지만 피셔는 오히려 그 차이를 근거로 여성 우월론을 펼친다.

여성이 지닌 선천적인 장점들은 수백만년 전에 이미 여성이 누렸었던 '제1의 성' 자리를 되찾게 해 줄 것이라는 게 피셔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피셔가 꼽은 여성의 장점은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거미집식 사고와 네트워킹에 능한 협상력, 섬세한 감수성, 언어능력, 사람을 읽을 수 있는 직관, 인내력 등 끝이 없다.

때로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여성을 과대포장한 면도 없지 않다.

피셔 말대로라면 종합적 사고를 점점 더 필요로 하는 경제분야는 물론 교육.언론.의료계.법조계.정계는 조만간 모두 여성이 장악하게 되고 남자는 지금껏 누려온 특권을 계속해서 내놓고 빈털털이가 되야 할 지경이다.

어쨌든 피셔는 이런 여성적 특징이 여성의 다양한 사회진출 확대는 물론 기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남녀 차이를 생물학적, 해부학적 접근으로 보여주는 책의 전반부는 남녀의 다른 성격을 확실하게 보여준 존 그레이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연상시킬만큼 사실적이다.

그래서 오히려 '한가지 일에만 초점을 맞춰 단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일직선이 아니라 관련있는 요소를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거미집식 사고를 한다' 거나 '남성들은 지위를 추구하고 여성들은 인간관계를 사랑한다' 는 식의 차이점 나열은 이전의 남녀관계서와 비교할 때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수세기, 아니 수천년의 경험들이 남녀가 그런 차이를 갖도록 진화해왔다는 시각은 피셔만의 독특한 논지다.

피셔는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생물학적 연구 결과물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여성은 종합적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뇌 전두엽 앞쪽 피질의 한 부분이 남성보다 크기 때문에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으며, 노골적으로 경쟁을 벌여 승패를 가르는 것보다 네트워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언어능력이나 뛰어난 감각도 모두 남녀 호르몬의 작용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물론 이런 차이는 사냥을 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남자와 아기를 낳고 길러야 하는 여자의 서로 다른 성역할이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여성 폐경기를 분석한 부분도 흥미롭다. 피셔는 여성 우위의 모계사회나 아니면 적어도 남녀가 평등한 선사시대의 힘의 균형이 파괴된 것은 농경 전통이 확립되면서부터라고 말한다.

땅을 지켜야하는 남자가 가장 중요한 생산자로 떠오르면서 여성이 제2의 성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육체노동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다시 힘의 균형을 찾기 시작했고, 특히 베이비붐 세대(1946~64년에 태어난 세대)여성들이 폐경기를 맞으면서 막강한 여성의 재출현 추세를 가속화한다고 피셔는 단정한다.

베이비 붐 세대는 여성 권리 향상 운동을 이끌었던 주요 세력이었던데다 이들이 활동지향적인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지는 폐경기를 맞으면서 가족과 공동체에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피셔는 전망한다.

폐경기란 결국 임신에 대한 불안이나 양육 의무는 없지만 물리적.정신적 지배력은 더 큰 시기라는 점에서, 또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훨씬 길다는 점에서 특히 중년 이후 여성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제1의 성으로서의 여성의 위치를 탐구한 데 이어 책 후반부에는 여성의 섹스와 결혼.이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사랑의 화학작용과 4년 이혼설 등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DNA 결정론에 대한 비난을 염려해서인지 인간의 융통성과 자유의지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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