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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동시입장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 이뤄진 역사적인 남북한 선수단 동시입장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장내 아나운서가 '코리아' 를 외치는 순간 개회식장인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 모인 11만8천명의 관중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남북 선수단을 맞이했다.

'KOREA' 란 명칭으로 동시입장한 남북 합동선수단은 개인자격으로 출전한 동티모르의 입장순서가 1백99번째로 변경되는 바람에 당초 97번째에서 96번째로 입장했다.

피켓걸 뒤로 공동기수인 정은순(남.여자 농구선수)과 박정철(북.유도 감독)이 대형 한반도 기(旗)를 들고 뒤를 따랐다.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집행위원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위원장과 장웅 북한 IOC위원은 본부석에 앉아 있다가 남북 동시입장 순서에 맞춰 경호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그라운드로 내려간 뒤 나란히 기수 뒤를 따라 입장했다.

원래는 기수 뒤에 남북 선수단장들이 있었으나 동시입장을 축하하기 위해 올림픽조직위측이 배려한 파격적인 조치였다.

○…남북한 동시입장으로 시드니올림픽에 대한 온 국민의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체육인들은 환영의 목소리와 함께 태극기를 달지 못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전병관은 "남북한 선수가 같이 손잡고 입장한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다" 며 "최초의 동시입장인 만큼 한민족이라는 동질의식을 가지고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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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원 태권도팀 김세혁 감독은 "너무 경사스럽고 감개무량한 일" 이라며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된 것을 계기로 평화통일도 하루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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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한테니스협회 김두환 회장은 "동시입장은 열렬히 환영하지만 4년간 금메달을 위해 땀을 흘린 대표선수들이 가슴에 태극기를 달지 못하고 손에 태극기도 흔들지 못한 채 한반도기만 들고 입장하는 것이 아쉬웠다" 며 "협상 과정에서 가슴에 태극마크라도 달게 했으면 금상첨화였을 것" 이라고 말했다.

○…남북한 동시입장에도 불구하고 태극기와 북한의 인공기는 주경기장인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 따로따로 걸려 분단국의 아픔을 실감케 했다.

참가국의 국기가 모두 걸린 경기장 지붕에서 인공기는 본부석 맞은편 중앙에 위치, 관람석에서 눈에 잘 띈 반면 태극기는 본부석 오른쪽 지붕 끝에 걸렸다.

한 교포 응원단은 "공동입장을 하는 마당에 나란히 국기가 걸렸으면 좋았을 걸" 이라며 조직위원회의 국기게양 방식에 아쉬움을 표명.

○…동시입장에 참여한 선수.임원들은 한결같이 흥분된 표정. 공동기수인 정은순은 "선수로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만 해도 영광인데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으니 평생 잊지 못할 것" 이라며 들뜬 모습. 펜싱의 김영호는 "처음에는 좀 어색했는데 함께 버스를 타고 가면서 곧 풀렸다.

입장하면서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박수를 받으니까 내가 한민족이란 게 자랑스러웠다" 며 "다음 올림픽 때는 단일팀을 이뤄 세계로 웅비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박종학 유도 감독은 "뉴 밀레니엄 첫 올림픽에서 동시입장이 성사된 만큼 21세기 남북한 스포츠 교류의 미래가 활짝 필 것" 이라고 말했다.

○…동시입장한 한국 선수들의 옷이 작아 급조한 티가 물씬 풍긴 게 옥에 티. 추석 연휴기간 선수들의 사이즈도 재보지 못하고 기성복 중에서 대.중.소로 급히 구한 바람에 선수들 체격에 꼭 맞지 않았던 것. 유도.역도.체조.다이빙 등 체급 종목 위주로 출전한 북한 선수단에겐 문제가 없었으나 배구 등 구기종목 선수들이 많아 체격이 큰 한국선수단에겐 옷이 대체로 작았다.

특히 여자농구 선수들은 체격에 맞는 여자 옷이 없어 입장식 선수단에 포함되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관람해야 했다.

○…선수촌 숙소가 약 1백m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남북 선수단은 동시입장에 대비해 오후 7시(이하 현지시간) 시작되는 개회식보다 3시간 정도 이른 오후 4시10분 한국 선수단 숙소에 집결. 4시20분부터 한시간 동안 예행연습을 하고 5시20분 선수촌 안에 대기한 버스에 타기 시작했다.

남북 선수들은 5대의 버스에 한데 섞여 타고 주경기장 바로 옆의 대기장소인 슈퍼돔에 도착. 남북의 선수.임원들은 지루할 수도 있는 대기시간 내내 이야기 꽃을 피워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은 "시드니 올림픽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세 가지가 있다.첫째는 남북 동시입장이고 둘째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단일팀 출전, 그리고 셋째는 동티모르가 개인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이다.
그중 뭐니뭐니 해도 남북 동시입장이 최대의 이슈" 라고 소감을 피력. '

○…15일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 동원된 인원은 무려 1만9천2백명으로 집계. 이중 1만2천6백명은 합창단.무용수 등 직접적인 프로그램 참가자였으며 4천6백명은 조명 및 배경음악.경호 등을 맡은 기술자와 자원봉사자. 또 개막식에 들어간 장비도 12m짜리 컨테이너 박스 22개 분량인 99t에 달했다.

개막식이 열린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의 바닥에는 세계 최대인 2만3천㎡ 크기의 대형그림이 깔렸다.축구장 4개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이 그림에는 화가 피터 잉글랜드가 디자인한 호주의 각종 풍경이 담겼다.

이 대형그림은 9명의 화가가 15t의 페인트를 사용, 수개월간의 작업 끝에 완성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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