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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산그룹 회장 … 청와대, 중견기업인은 부르지 않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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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희상 회장

이희상(67·운산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인들과의 모임을 하던데 중견기업인들은 부르지 않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중견기업들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거 아닌가 싶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 중견기업의 특징은.

 “수익성이 대기업에 미치지 못하고 중소기업과 비슷한 5%대 중반이다. 대기업만큼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치열한 경쟁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전체 사업체의 1%도 되지 않는데도 상시근로자의 5%가 넘는 70여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중견기업의 성장은 미래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 정책에 어떤 점이 아쉽나.

 “우리 기업생태계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이분화돼 있다. 특히 동반성장이 기업정책의 화두가 된 이후에는 대기업-중소기업 관계만 부각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견기업 관련 정책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체감하는 중견기업은 많지 않다. 정부 내에 중견기업 정책만을 담당하는 부서가 하나도 없어 중견기업 정책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추진도 어렵다.”

 -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이나 동반성장에 대한 논란이 있다.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오히려 기업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통해 어렵게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는데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업을 제한한다면 기업을 쪼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법과 제도를 통해 동반성장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려고 하는데, 그보다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둬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 부족해 중견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이다. 중견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이 중소기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보수·안정 위주의 경영을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모델로 삼을 만한 국가를 꼽는다면.

 “독일이다. 규모가 거대하지 않으면서도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히든챔피언’이 독일 경제의 힘이다. 이러한 히든챔피언이 나오기까지 정부 정책은 큰 밑거름이 됐다. 특히 1970~80년대 중소·중견기업에 연구개발 인력의 인건비를 지원했던 PKZ프로그램이 유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중견기업인으로서의 경영관은.

 “소창다명 사아구좌(小窓多明 使我久坐)’다. ‘작은 창에 햇빛이 밝아 나로 하여금 그 앞에 오래 앉아 있게 한다’는 추사 김정희의 글이다. 경제에도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크게 기여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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