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남북선수단장, 한밤 보드카 화합주

중앙일보

입력

이상철 한국선수단장(한국체대 총장)과 윤성범북한선수단장(조선 체육지도위원회 부위원장)이 시드니올림픽 개막 이틀전인 13일 한밤에 기습적인 '화합주'를 들었다.

지난 10일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IOC 제111차 총회 개막식에서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같은 유니폼으로 입장한다고 전격 발표한 이후 이상철 한국선수단장이 북측 선수단 본부를 방문한 데 대한 윤성범 북한선수단 단장의 답방으로 이뤄진 자리였다.

윤성범 단장의 한국 선수단 본부 방문에는 평양 엘리트스포츠 산실의 김용진 촌장, 박정철 유도감독이 동행했다.

특히 박정철 유도감독은 15일 저녁 7시(한국시간 오후 5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릴 개막식에서 정은순(삼성생명)과 함께 한반도기를 맞잡을 북한측 기수.

윤단장은 이날 조심스럽게 보드카를 꺼내들고 "자 한잔 합시다. 올림픽사상 가장 력사적인 사업을 수행하게 됐으니 자축해야잖겠습니까"라고 말하고 이단장 등 한국선수단 임원들의 잔을 채웠다.

이런저런 얘기로 웃음꽃이 필 무렵 정은순이 들어왔다.

얼떨결에 박정철 감독과 짝이 된 정은순은 북측 임원과 박 감독에게 정중히 인사하며 "잘해보자"고 말했다.

윤단장이 붉으레한 얼굴을 한 채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기 까지 시간은 약 40분.

결코 길지않은 시간이었지만 남북한 선수단 '수장'들은 하나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어둔 밤, 선수촌을 밝힌 가로등의 불빛으로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않을 때까지 남북 선수단 관계자들은 서로 손을 흔들며 짧았지만 진한 정을 못내 아쉬워한 채 잠자리에 들었다.

뜻밖의 방문을 받은 이단장은 홍시감처럼 붉어진 얼굴로 "잊지못할 밤이었다.

예전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며칠사이 벌어지고 있어 어지러울 정도"라며 "벅찬 감격이 올림픽기간 계속되고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른 부문에서도 아름다운 추억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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