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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253) 차오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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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리(直隷)성 독군(督軍) 시절 총통 쉬스창(徐世昌·서세창. 앞줄 한가운데), 펑톈(奉天) 군벌 장쭤린(張作霖·장작림. 앞줄 왼쪽 다섯째) 등과 함께 프랑스 군사대표단을 맞이하는 차오쿤(앞줄 왼쪽 여섯째). 1917년 겨울,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김명호 제공]

1918년 베이징의 북양정부 국무총리 돤치루이(段祺瑞·단기서)는 차오쿤(曹<9315>·조곤)에게 부총통 출마를 권했다. 두 사람은 위안스카이(袁世凱·원세개) 생존 시 한솥밥을 먹었지만 계파가 달랐다. 돤치루이가 간쑤(甘肅)·산시(陝西)·안후이(安徽)·산시(山西)·산둥(山東)·저장(浙江)·푸젠(福建)·신장(新疆) 등 8개 성에 기반을 갖춘 환계(<7696>系)의 영수라면 차오쿤은 우페이푸(吳佩孚·오패부)와 함께 형·동생 하며 펑톈(奉天·랴오닝성의 전신)·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즈리(直隷·1928년 河北으로 개명)·허난(河南)·후베이(湖北)·장쑤(江蘇)·장시(江西)성 일대를 장악한 직계(直系)의 대표였다.

차오쿤은 떠돌이 옷감장수 출신이었다. 배운 건 없었지만 됨됨이가 대범하고 솔직했다. 부하들에게 인사와 재정을 공개하고, 한번 쓴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의심하는 법이 없었다. 부하 지휘관이나 참모들에게 비밀이 없다 보니 몇 달간 군량 공급을 못해도 원성을 사지 않았다. 남쪽의 혁명파들과도 관계가 그럭저럭했다. 베이징 정부는 “의원들을 매수해야 한다”며 은원(銀元) 150만원을 차오쿤에게 경선 비용으로 건넸다. 혹시 몰라서 한 사람당 2000원이면 족하다는 말을 강조했다. 상하이의 다섯 식구 한 달 생활비가 30원이면 족할 때였다. 차오쿤은 돈 심부름 하고 돌아온 부하들의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 싫다는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차오쿤이 10만원을 주고 류펑웨이(劉鳳威·유봉위)라는 3류 창기(娼妓)를 네 번째 부인으로 삼았다는 기사가 순천시보(順天市報)에 큼지막하게 실렸다. 의원들은 자신들의 몸값이 천하디 천한 여인의 50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들자 한결같이 입이 비뚤어졌다.

차오쿤과 류펑웨이는 기막힌 사연이 있는 사이였다. 장똘뱅이 시절 차오쿤은 거리의 관상쟁이 앞에 앉아 있는 초라한 여인을 발견했다. 관상쟁이의 한마디가 차오쿤의 귀를 후려갈겼다. “하녀 복장을 했지만 1품 대관의 부인들이 고개를 조아릴 귀인의 상이다.” 알고 보니 청루의 창기였다. 차오쿤은 이 여인의 뒤를 돌보며 온갖 심부름을 다했다. 얼굴 상할까 봐 사진도 못 찍게 했다. 군대에 들어가 승진을 거듭했지만 화류계에서 끄집어낼 방법이 없었다. 부총통이 되려면 의원들 매수보다 류펑웨이를 부인으로 맞는 일이 더 중요했다.

돤치루이는 몸이 달았다. 의원들의 행태는 하도 봐와서 별게 아니었지만 차오쿤이 자신을 몰락시키기 위해 돤치루이가 재주를 부렸다고 의심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선거 당일 경찰과 차량을 동원해 의원들을 끌어모으고, 의원 40명을 화류계에서 밤을 새우게 한 뒤 투표장까지 끌고 갔지만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무산됐다.

화가 치밀기는 차오쿤이나 돤치루이 모두 매한가지였다. 돤치루이는 차오쿤이 엉뚱한 짓을 하는 바람에 일을 망쳤다며 노발대발했지만 차오쿤은 차오쿤대로 “사람 잡을 일 있으면 총통 하라고 부추기는 것처럼 효과적인 것도 없다”며 으르렁거렸다. 천기누설을 염려했는지 류펑웨이를 맞아들인 이유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돤치루이와 차오쿤은 완전히 원수가 돼버렸다. 결국 봉직전쟁(奉直戰爭), 중원대전(中原大戰)과 함께 민국 시절 3대 군벌전쟁의 하나인 직환전쟁(直<7696>戰爭)으로 발전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차오쿤은 돤치루이를 베이징에서 몰아내고 총통직에 도전했다. 의원들이 돈이라면 무조건 받고 본다는 것을 안 차오쿤은 의원들에게 돈을 퍼부을 심산이었다.

차오쿤은 심복들 중에서 매수자금 만들 사람을 물색했다. 즈리성 성장이 상인들 등쳐먹는 기술이 뛰어나고 평소 눈 하나 깜짝 않고 잡아떼는 재주가 탁월했다. (계속)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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