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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6회 마쳤는데 … ‘해를 품은 달’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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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판타지 궁중 로맨스’를 표방하는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어린 연우 역의 김유정(왼쪽)과 세자의 어린 시절을 맡은 여진구의 로맨스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다.

깊고 은밀한 궁궐. 우연히 마주친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 남자는 조선의 세자 훤, 여자는 홍문관 대제학의 딸 연우다. 여자가 세자빈이 되며 사랑은 결실을 맺는 듯했지만, 시름시름 앓던 소녀는 세상을 뜨고 만다. 그냥 죽은 게 아니다. 음모가 있었다.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궁중 로맨스가 통한 것일까.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4일 첫 회 시청률 18%(AGB닐슨 전국)를 기록한 이후, 매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다. 정은궐 작가의 동명 원작도 덩달아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6회 방영을 마친 ‘해품달(20부작)’ 열풍을 들여다봤다.

 ◆이제는 ‘픽션’ 사극=‘해품달’은 첫 회부터 다른 수목극을 따돌리고 2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공주의 남자’와 ‘뿌리깊은 나무’가 연이어 성공하며 사극 시청층이 넓어진 덕이다.

 계유정난(공주의 남자)과 한글창제(뿌리깊은 나무)처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팩션’이 인기를 끌자,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허구인 ‘해품달’도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는 “정통사극 중심이었던 사극지형도가 지난해 많이 확대됐다. 한 발 더 나아간 픽션사극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층은 이 ‘신개념 사극’에 더 열광한다. 역사의 사실성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과 결말 만들기가 가능해서다. 시청자 게시판은 “연우가 왕후가 되게 해달라” “훤과 연우를 꼭 다시 맺어달라”는 요구로 빼곡하다.

 ◆무늬만 조선시대=‘해품달’의 배경은 조선시대. 그러나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마주쳐 사랑을 느끼고, 주변의 방해로 한때 좌절하지만, 되레 사랑이 더 깊어진다는 하이틴 로맨스, 트렌디 드라마를 빼닮았다. 여진구(훤)·임시완(염)·이민호(양명)·이원근(운) 등 ‘아역 4인방’도 트렌디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꽃미남 군단으로 출연, 방영 초반 여심을 장악했다.

 ‘20대 코드’로 풀어낸 코믹한 설정도 그렇다. 양명이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정재형이 부른 ‘순정마초’ 가사를 시처럼 읊으며 “말 마에 풀 초, 야성에 순정까지 있는 사내”라 해석하는 장면, 호위무사를 두고 “정말 이기적인 유전자야” “차궐남(차가운 궁궐 남자)이라니까”라 수군대는 장면 등은 영락없는 신세대 드라마다. 권력을 차지하려는 대비(김영애)의 음모, 연우가 주술로 병에 걸리는 판타지적 요소도 흥미롭다.

 ◆역사상식은 덤=인터넷 게시판에는 감상평만큼이나 질문도 많이 올라온다. ‘녹영(전미선)이 국무(國巫·나라무당)라는데, 그게 뭐죠?’ ‘예동(세자·공주의 동무)이 실제로 있었나요?’ 등의 질문이다.

 ‘세자빈 삼간택’ 등을 두고는 논쟁까지 벌어졌다. 드라마에서 조선시대 세자빈 최종 후보에 올랐다 탈락한 여인들은 평생 독수공방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와서다. 윤 교수는 “방송 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위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 시청자는 재미를 느끼고, 드라마에 대한 팬심을 키워간다”고 설명했다.

 드라마가 보다 단단해지려면 비극구조가 더 정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영미 드라마평론가는 “주인공 커플을 비극으로 몰아치는 정치적 음모가 좀더 설득력 있어야 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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