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샤프트

중앙일보

입력

1991년 스무 세살에 만든 데뷔작〈보이즈 앤 후드〉로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존 싱글턴.

그가 1971년 강하고 섹시한 아프리카계 미국 영웅을 만들어냈던 고든 팍스 감독의〈샤프트〉를 2000년 판으로 다시 만들었다.

원작〈샤프트〉는 섹스를 가미한 강인한 액션으로 흑인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

신판 〈샤프트〉에는 초기 스파이크 리 감독 영화에 출연했고 쿠엔틴 타란티노의〈펄프 픽션〉 (94년)에서 킬러로 열연한 새뮤얼 잭슨이 흑인 영웅으로 신화적 경지의 액션을 선보인다.

원작에서 샤프트 역을 맡았던 리처드 라운트리는 잭슨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그의 삼촌으로 출연, 원작의 향수를 자극한다.

백인 부동산 재벌 2세 월터(크리스찬 베일)는 사소한 시비 끝에 흑인 대학생을 쇠파이프로 살해한다. 월터는 구속되지만 곧바로 보석으로 풀려나 유럽으로 도피한다. 2년 후 비밀리에 입국한 월터를 다시 구속하지만 법원은 재차 보석을 허락한다.

흑인들과 샤프트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샤프트는 사건의 열쇠를 쥔 여인을 둘러싸고 월터와 손잡은 도미니카 출신 마약상(제프리 라잇)과 대결하며 액션의 강도를 높여간다.

잭슨은 '원조' 샤프트에 비해 여성 편력은 적지만 총 솜씨와 몸 놀림은 한층 세련됐고 거물 살인자를 옥죄는 기교 또한 치밀하다. 가수와 연기를 겸하고 있는 바네사 윌리엄스가 샤프트의 동료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여기에 히스패닉 어투의 영어를 구사하는 제프리 라잇의 다혈질 연기가 더해져 독특한 양념 구실을 한다. 흑인영화의 단골소재인 인종차별을 소재로 했지만 오히려 샤프트의 총싸움에 묻혀버린 듯하고 피부색이 다르다는 점을 빼곤 흔히 접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 모사(模寫)에 머문다.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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