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극단 미학 〈아비〉

중앙일보

입력

아버지의 유산을 둘러싼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을 그린 연극 〈아비〉(극단 미학)가 대학로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11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서울연극제 참가작인 이 작품은 지난해 문예진흥원 창작지원 작가인 신예 김동기씨의 작품을 극단 대표 정일성씨가 연출한 창작극.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지난해 나도향의 문학작품 〈뽕〉을 연극으로 만든 〈스토리시어터 뽕〉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제작해온 미학이 자존심을 걸고 올리는 작품이다.

과거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평생 모은 재산을 장애인기능학교인 금강산대학에 기부하겠다고 가족들에게 발표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아들과 딸은 아버지의 결심을 돌이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급기야 어머니를 충동질해 이혼소송까지 내게해 유언을 정정하도록 한다.

눈물을 쏟는 아버지앞에 자식들은 녹음기를 들이대지만 아버지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장례식 날, 자식들의 곡소리는 유난히 크게 울린다.

이때 나타난 금강산대학 이사장은 가족들과 아버지가 따로 마련해둔 유언을 듣게 된다는 이야기.

부모의 재산상속을 둘러싼 가족간의 갈등은 TV드라마에서 자주 이용되는 소재다.

TV드라마가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면 연극에선 원초적인 인간의 욕망에 초점을 맞췄다고 연출자는 말한다.

"개인재산을 사회환원해야 한다는 도덕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욕심에 눈이 먼 가족들이 서로 상처를 입히는 현실을 코믹하고 감동적으로 전하고 싶었다"는 것이 정대표의 연출의도다.

모처럼 우리 자신의 삶과 가족의 의미, 그리고 사랑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대표가 꼽는 연극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콘텐츠다.

"조명이나 음향을 중시하는 이미지연극보다는 출연배우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짙은 페이소스를 객석에 전달한다"는 생각이다.

이 작품의 또다른 특징은 국립극단 지도위원으로 1994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을 받은 오영수씨를 비롯해 중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것.

오영수씨와 홍경연씨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맡았고, 지난해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받은 강태기씨와 탤런트 김명수씨가 두 아들로 출연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작품을 해학적으로 연기했다.

오후 4시30분·7시30분, 일·공휴일 오후 3시·6시. 02-745-9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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