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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던져졌다, 숨죽인 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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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13대 대만 총통선거를 하루 앞둔 13일 타이베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총통과 부총통 후보들의 기호·얼굴·이름이 찍힌 선거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1번은 제1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쑤자취안 후보, 2번은 현 집권당인 국민당의 마잉주-우둔이 후보, 3번은 중도 우파인 친민당의 쑹추위-린루이슝 후보. [타이베이 로이터=뉴시스]

2012년 지구촌의 첫 대선이자 양안(兩岸) 관계의 분수령이 될 대만 총통선거를 하루 앞둔 13일 수도 타이베이 시내는 “둥쏸(凍蒜)”을 외치는 소리로 가득했다. 총통선거 때 대량으로 출하되는 겨울 마늘을 일컫는 말이다.

대만말로 ‘둥쏸’은 표준 중국어의 ‘당선(當選)’과 발음이 같다. 그래서 “마잉주~둥쏸” “차이잉원~둥쏸”의 소리가 13일 저녁 타이베이와 대만 북부 도시에 넘쳤다. 집권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마영구·62·총통) 후보와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채영문·56) 후보의 유세는 이날 절정에 달했다. 당선 윤곽은 14일 밤 드러난다.

 이번 총통선거는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벌어졌다. 대만의 가치(價値), 대만의 자주(自主), ‘중국인과는 다른 대만인’이 쟁점이었다. 1996년 이래의 총통선거가 중국과의 통일이냐, 독립이냐를 선택하는 양상이었다면 이번엔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탈(脫)중국’ 요소가 훨씬 강해졌다. 특히 민진당의 차이 후보는 현지 대만 매체들로부터 ‘경이로운 추격자’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차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접어들어 마 후보를 바짝 추격한 뒤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 첫 여성총통’이라는 기대 때문만은 아니다. 차이 후보는 ‘중국인과는 다른 대만인’ 인식이 뚜렷하다. 대만인을 중국 민난(중국 동남 지역)과 다양한 혈통으로 중국 여러 곳에 분포했다가 대만에 정착한 객가(客家), 대만 원주민 등이 뭉쳐 만들어진 새로운 군체(群體)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를 키워 온 대만 정치체제의 가치를 인정하고, 대만 문제는 대만인이 스스로 해결하자는 자주의식을 선보이면서 선거판의 돌풍을 일으켰다. 국민당 또한 이런 추세를 무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당 마 후보의 구호 중 하나는 “통일도 아니고, 독립도 아니며, 무력 사용도 반대한다(不統, 不獨, 不武)”이다. 중국과의 안정적인 교류협력을 내걸면서도 중국과의 정치적 일체성은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대만의 밑바닥 분위기를 보여 주고 있는 대목이다. 대만은 자신과 일부분의 혈연적 유대가 있으며, 문화·언어적 전통도 비슷한 중국이 비록 세계 2대 강국의 G2 시대를 열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신뢰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어쨌든 중국은 이번 대만 총통선거를 통해 강화된 대만의 자주의식 때문에 누가 당선되든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 있다. 특히 민진당이 집권할 경우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전통적 입장으로 대만에 제재를 가할 경우 국제무대에서의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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