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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난 도메인…한영문 합성어로 뚫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닷인포, 닷숍 등 새 도메인 등록을 앞두고 신생 벤처 기업들의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술집 정보를 담은 ‘나가요코케이알’에서 법률 사이트 ‘오세오닷컴’까지 기업들의 이름은 그 회사의 주가를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브랜드네이밍은 비즈니스의 중요승부수

최근 한국도자기가 ‘한국닷컴(http://www.hankook.com)’ 도메인을 1천7백달러(2백만원)에 사들이고 인터넷에서의 판매 분야에 본격 진입하기로 했다. 코리아닷컴(http://www.korea.com)이 두루넷에 60억원에 팔렸다는 뉴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도메인 네임이 다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구나 다음 달부터 닷인포(.info), 닷숍(.shop), 닷무비(.movie) 등의 도메인이 새로 등록될 조짐이고 보면 이같은 관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새 도메인 등록에 따라 아예 회사 이름까지 바꿔보겠다고 조심스럽게 준비하는 인터넷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 기업이 회사 이름을 영문으로 바꾸면 주가가 상승한다는 조사가 나와 화제를 끌었던 적도 있다. 영문이든 한글이든 브랜드 네임이 회사의 영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테면 한국도자기의 이전 도메인인 www. hankookchinaware.co.kr과 새로 사들인 www.hankook.com 으로 해외사업에 나섰을 때의 브랜드 네임 인지도의 차이는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인터넷 기업의 경우, 브랜드 네임은 곧바로 도메인 네임으로 연결되는 까닭에 관계자들의 이름 짓기 작업은 회사의 런칭 단계에서부터 매우 중요한 전략적 거점 마련의 승부수가 된다. 기업의 성격을 브랜드 네임에 상징적으로 담아내는 것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쉽게 외울 수 있어야 하며, 아울러 도메인 네임으로서도 적합해야 한다는 3중의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보통명사 특이한 합성으로 눈길 끌어

이미 보통명사의 도메인 네임은 모두 선점된 상태. 브리태니커백과사전에 등재된 항목의 97%가 이미 도메인으로 등록된 상태라 한다. 그러나 인터넷 주소가 곧바로 자기 기업의 인지도와 직결되는 인터넷 기업으로서는 도메인 네임과 무관하게 회사 이름을 지을 수도 없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비책으로 신생 인터넷 기업들이 찾아낸 방법은 기업 이미지에 맞는 영문 합성어를 채택하는 것. 처음 듣는 사람으로서는 뭐가 뭔지 아리송하지만, 일단 그 뜻을 알게 되면 쉽게 외울 수 있는 이름을 찾아내고 있다. 이같은 합성어는 최초의 런칭 단계에서의 생소함만 극복할 수 있다면 고유명사나 보통명사로 만든 브랜드 네임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두 개의 명사를 합성한 기업 이름 중의 하나인 네티앙은 네트워크에 인종을 의미하는 접미사인 ‘∼ian’을 붙여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지는 조어. ‘네티즌’에 대응하는 새로운 이름이다. 인터넷 사용자를 특성화한 합성어도 눈에 띈다. 문화를 뜻하는 ‘culture’ 와 네티즌을 뜯어 맞춰서 문화웹진 ‘컬티즌’을 만들었으며, 유니텔의 포털 사이트 ‘웨피’는 웹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웹과 히피, 여피등의 어미를 합성했다.

인터넷 혹은 디지털 세상을 유토피아와 합성한 명칭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과 ‘유토피아’를 합성한 ‘디지토닷컴’은 메시징 서비스업체. 이 회사의 인도네시아 법인명은 현지어로 ‘당신에게’라는 뜻을 가진 ‘파다무(padamu)’이며, 중국법인은 중국어로 ‘여보세요, 여보세요’라는 뜻의 ‘웨이웨이’. ‘책(Book)’과 유토피아를 합성한 ‘북토피아’는 인터넷 서점과 전자 책 출판 업체의 이름. 책으로 인터넷에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회사의 이미지를 강조한 경우.

박해받는 유태인들의 집단 거주지와 같은 발음인 ‘게토’라는 이름의 회사도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합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이 회사의 이름인 ‘게토’는 함께 거둬들인다는 뜻으로 ‘get’과 ‘together’의 합성어. ‘get’을 고객의 수익이라는 이미지로 연결시켜 더 많은 수익을 얻자는 의미로 ‘get’과 ‘more’를 합해 인터넷 증권회사 ‘겟모어’를 출범시켰다.

브랜드 네임 작명가들에 의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뜻밖에 해후하게 된 경우도 있다. 가격을 뜻하는 ‘price’와 가격을 자기 원하는 대로 맞춘다는 뜻을 자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선정적인 단어 kiss를 합성해서 프라이스키스를 만들어낸 것이고, 역시 유사한 역경매 사이트 ‘예스프라이스’는 낙찰된 가격으로 고객에게 만족을 준다는 의미에서 ‘yes’를 price 에 맞췄다.

인간을 위하는 회사라는 뜻에서 human이라는 단어를 합성한 경우도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제조 벤처기업 ‘휴맥스’는 사람의 능력과 활용도를 최대화한다는 차원에서 human과 maximization을 합성한 조어.

생명공학 관련 기업에 bio가 접두어로 붙는 경우는 너무 흔하다. 생명과 환경 관련 신기술 개발 업체인 바이오엔텍은 바이오를 앞에 놓고, 환경을 뜻하는 environment의 en과 테크놀로지의 tech를 합성했다. 첨단 생명공학기술과 네트워크 체제를 지향하는 인바이오넷은 ‘Innovative Biotechnology Network’의 머릿글자들을 가져왔다.

통합 메시징 서비스 관련 벤처기업 웰컴넷은 네트워크에 들어오심을 환영한다는 뜻의 짧은 문장을 그대로 쓴 경우. 동창생 찾기 사이트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아이러브스쿨은 문장 그대로를 브랜드네임으로 사용했다. 아이러브스쿨과 달리 학창시절의 기억을 반대하고, 학교를 반대하는 모임의 사이트는 아이헤이트스쿨로 했다.

발음의 묘미나 인터넷 채팅에 자주 쓰이는 용어를 그대로 채택한 경우도 있다. ‘위하여’를 뜻하는 ‘for’의 발음과 숫자 4인 ‘four’의 발음이 같다는 것을 이용한 경우도 적지 않다. m4you 는 음악의 머릿글자인 m을 이용해 ‘당신을 위한 음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book4u 역시 독자를 위한 책방을 뜻한다.

유사 브랜드로 혼선도

영문 도메인 네임으로 어필하려던 초기 브랜드 네이밍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한글 발음을 그대로 영문으로 표기해 브랜드 네임으로 쓰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터넷 증권회사인 키움닷컴은 고객의 재산을 키워준다는 뜻에서 만든 이름. 한글이면서도 닷컴이라는 발음과 잘 어울린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들의 평.

교육 전문 사이트인 ‘배움닷컴’, 전국 유흥주점 정보를 모은 엔돌핀닷컴의 ‘나가요코케이알’, 여성 포털 ‘주부닷컴’, 법률 전문 사이트 ‘오세오닷컴’ 등은 순수 우리말의 발음을 그대로 닷컴에 붙인 경우로 일반인들에게 쉽게 어필하는 이름이다.

그밖에 ‘나무’의 고어인 ‘나모’를 이용한 나모인터랙티브를 비롯, 새롬기술, 나눔기술 등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린 이름들이다.

하나의 브랜드 네임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뒤에 그와 유사한 이름이 나타나 혼동을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음’이라고 하면 인터넷 포털 업체인 ‘다음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하게 되는데, 다음헬스닷컴, 다음투어 등이 새로 출범, 계열사 아니냐는 질문까지 받게 된다고 한다.

‘바람의 나라’로 유명한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과 오르지오 메일로 유명한 메일 서비스업체 넥센도 대표적으로 헷갈리는 경우. 라이코스 계열사인 게임스빌(http://www. gamesvil.com)과 국내 피츠넷의 ‘게임빌’(http://www.gamevil.com) 역시 구별이 쉽지 않은 이름들.

홍보대행사인 드림커뮤니케이션즈와 영화 홍보업체인 드림커뮤니케이션은 관계자들조차도 자신의 회사 이름을 혼동할 정도. 또 한국전력의 통신망 운용업체인 파워콤(http://www.powercom.co.kr)과 반도체 전자상거래 업체인 파워컴(http://www.powercomm. co.kr),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http://auction.co.kr)과 중장비 경매업체인 옥톤(http://aucton.co.kr) 등이 브랜드 네임이나 도메인 네임을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경우다.

상법 관계자들은 “상법에 따르면 같은 지역에서 같은 종류의 영업으로 타인의 영업 행위에 혼동을 주는 상호는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유사한 상호의 경우 먼저 사용하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브랜드 네임은 인터넷 기업이 자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신생 벤처기업들에게 독특한 브랜드 네임은 창의적 콘텐츠나 기술력에 버금갈 만큼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게 사실이다. 어떤 이름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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