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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새해에도 우리 함께 나눠요, 사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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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명헌, 김진원, 김경록 기자]

장애는 좀 불편할 뿐 … ‘꿍따리 샤바라’ 웃어봐요

‘꿍따리유랑단’단장 강원래

“하늘 날 수 있으세요? 혹시 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힘드세요? 장애도 불편할 뿐이지 힘든 게 아니에요. 장애인이 힘든 건 장애가 아니라 따돌림이나 놀림, 차별 때문입니다.”

한때 가요계의 최정상까지 올랐던 ‘클론’의 멤버 강원래(43)씨. 그는 2000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장애(척수손상마비)를 갖게 됐다. 그러나 휠체어에 앉은 그에게 장애 때문에 힘든 점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에서 강씨를 만났다. 그는 오랜 재활치료 끝에 2005년 7월 5집 앨범 ‘빅토리’로 컴백했다. 그리고 현재 장애인 예술단 꿍따리유랑단 단장, 장애인들의 삶을 소개하는 방송프로그램 ‘사랑의 가족’ 진행자, 라디오 DJ 등으로 사고 전보다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씨가 특히 힘을 쏟는 건 ‘따돌림·차별’ 때문에 숨어 지내는 장애인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일이다. 2008년 장애인예술가를 모아 ‘꿍따리유랑단’이라는 연극을 만든 것도 그 때문. 오른팔이 없는 무에타이 선수 최재식씨, 발성장애를 가진 가수 오세준씨 등, 한 사람씩 유랑단으로 온 과정을 연극으로 만들어 장애인시설과 교도소 등을 다니며 공연을 했다. 2010년 12월 그런 활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 ‘고마워 웃게 해줘서’가 KBS 1-TV를 통해 방영됐다. 드라마 제작과정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져, 지난해 12월 서울·인천·대구 등에서 개봉됐다.

-꿍따리유랑단을 만든 계기는.

“2004년 겨울 천안보호관찰소장에게 메일을 받고 강의를 나갔어요. 폭주·무면허·음주운전 등으로 들어온 10대 청소년들이 대상이었죠. 그 아이들이 ‘사고 난 오토바이는 얼마였어요?’ ‘이효리 누나 만나봤어요?’ 등의 질문을 던지는 게 나를 ‘장애인’이 아닌 ‘스타’ 강원래로 봐주는 것 같아 오히려 고맙더라고요. 2005년엔 법무부에서 명예보호관찰관으로 임명해줘서 전국 보호관찰소를 돌며 강연을 다녔죠. 그러다 내 경험을 스토리로 만들어 꿍따리유랑단 공연을 시작한 거예요.”

-꿍따리유랑단이 강원래에게 갖는 의미는?

“‘우린 장애인이다. 그게 어때서? 이렇게 폼나게 산다.’ 이게 유랑단이 온몸으로 표현하는 말이에요.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에게 무조건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잖아요. 그런 편견을 없애고 싶어요.”

-장애인들을 돕는 방식이 좀 색다른데.

“장애인을 돕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같이 어울리는 것 뿐이죠. 다만 그들이 세상에 좀 더 쉽게,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고 싶어요. 끼 있는 장애인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2012년 행복동행 독자들에게 보내는 희망메시지.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꿍따리 샤바라’를 불러보세요. 긍정의 힘을 이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웃다 보면 힘든 일도 잊혀져요. 팔·다리 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이들이 있는데, 팔·다리 있는 여러분, 꼭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윤새별 행복동행 기자

왼쪽 사진부터 장애인예술단 ‘꿍따리유랑단’과 공연하는 강원래(가운데)씨, 경기도 광주시의 한사랑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이홍렬씨, 남편(사진 오른쪽)과 함께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김윤아씨. [사진=꿍따리유랑단·초록우산 어린이재단·세이브더칠드런 제공]

나눔은 습관입니다 … 즐겁게 기부해 보세요

어린이재단 홍보대사 이홍렬

“내가 너무 말을 많이 하나?” 질문 하나에 10분이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가던 그가 잠시 멈칫했다. “원래 말이 많은데 ‘기부 강연’을 하고 다니다 보니 이쪽 분야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져서 그래요”하며 머쓱한 듯 웃었다. 그러다 곧 진지한 표정으로 “지금 하는 말들, ‘공수표’ 날리는 꼴 되지 않도록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할게요”하고 덧붙인다.

개그맨 이홍렬(58)씨. 지난 2일 서울 중구 예장동의 tbs교통방송에서 라디오 녹음을 마치고 나온 이씨를 만났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라디오와 TV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다. 무엇보다 속사포같은 입담으로 34년의 개그맨 생활을 화려하게 이끌어왔다. 하지만 나눔의 경력도 이에 못지않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홍보대사로 활동한지 올해로 15년째, 기부를 시작한 지는 그보다 10여년 더 됐다.

# 신혼여행에서 만난 결연 소녀

1986년, 이씨는 한국어린이재단(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행사 사회 요청을 받았다. 처음엔 출연료를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행사를 마치고 10만원이 담긴 봉투를 받았다. “뭔지 모르지만 찝찝하더라고.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돌려주기로 결심했지. 전화를 드렸더니, 차라리 그 돈으로 기부를 시작하면 어떻겠냐고 권유해 주시더라고.”

그게 시작이었다. “나도 참 어렵게 지내서 가난이란 게 뭔지 알거든. 그래서 아이들이 겪는 가난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나를 보는 것 같았고.” 이듬해 신혼여행으로 간 제주도에서 자신이 후원해온 중학생 소녀를 만났다. “직접 보니 ‘결연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어. 무엇보다 월 만원으로 시작했던 일이라 ‘더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이젠 습관이 된 거야.”

# 기부강연 제안받고 갈등하기도

토크쇼를 진행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98년에는 어린이재단의 홍보대사까지 맡게 됐다. “좀 망설였어. 한창 스케줄이 바쁠 때라…. 그런데 도움을 줄 거면 확실하게 하자고 생각했지.” 이때부터 100명의 아동을 후원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홍보대사로서 모범을 보여야 좀 더 자신 있게 후원을 권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요즘 그는 국내 아동 90명, 스리랑카 아동 10명 등 총 100명과 결연해 한 아이 당 1만원씩 매달 100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그런 이씨도 2007년 기부에 대한 강연을 제안받았을 때는 많이 갈등했다. “부담되더라고. 다른 곳에서 강의를 하면 강사료를 받을 수 있는데 여긴 무료로 해야 되잖아. 사람이란 게 욕심이 있어서, 기부강연 스케줄이 있어도 그 시간에 다른 행사 섭외가 들어오면 솔깃할 것 같더라고. 한참 고민하다 깨달았어. ‘이것도 다 공식적인 스케줄이고 내가 할 일이다. 이게 다 기부다’라고.”

# ‘귀곡산장’ 할머니 흉내로 강연 재밌게

그렇게 시작한 기부강연을 지난해까지 50회 했다. 아이들을 돕거나 후원하는 방법 등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펀 도네이션’이라 이름 붙이고 자신의 대표적 개그 프로그램이었던 ‘귀곡산장’ 할머니 흉내 등으로 재밌게 풀어간다. 그리고 늘 ‘나눔은 습관’이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나눔은 밥을 먹듯, 세수를 하듯,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야 한다. 보통 형편이 더 좋아지면 그때 많이 기부하자고 생각하지만, 바로 지금 이순간부터 나누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난 그래도 노후를 대비하면서 기부를 하고 있으니 아직 부끄러운 기부자”라고 말하는 이씨. 그는 올해도 펀 도네이션 강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100회까지 하려면 적어도 2~3년은 더 있어야겠지? 원래 50회 끝나고 나서 어린이재단 직원분들이랑 회식을 하기로 했는데 다들 바빠서 못했어. 100회 때는 꼭 해야지. 너무 먼 얘기인가?”(웃음) 나눔에 관한 그의 유쾌한 수다를 멈추게 하기 아쉬웠다.

이예지 행복동행 기자

내 아이 위한 마음으로 … 지구촌 아이들아, ‘나는 엄마다’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김윤아

마치 고대의 주술사처럼, 노래를 하는 그녀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사람들을 홀리는 마력이 있다. MBC-TV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매회 강한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휘어잡았던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38).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온 그녀는 다섯 살배기 아들 민재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다른 나라의 아이들을 위해 뜨개질을 하는, 여린 마음의 ‘엄마’로 돌아간다.

“나가수촬영이 끝나고 나면 좀 쉴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네요.”

요즘 김씨는 ‘나가수’에서의 경연곡을 모아 앨범을 제작 중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해오던 전국 투어 콘서트도 막바지다. 그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틈틈이 색색의 털실과 뜨개바늘을 잡는다. “올 겨울 들어 모자를 세 개째 뜨고 있어요. 주로 이동할 때나, 집에 들어가 민재를 재우고 쉬는 시간에 하죠.”

김씨가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이유는 국제아동권리기관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때문이다. 그녀는 2009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뜨거운 아프리카에서도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아기들이 적지 않은데, 그렇게 만든 털모자를 씌워주면 신생아 생존율을 70%까지 높일 수 있단다. 5년째 진행 중인 이 캠페인을 위해 그녀는 남편 김형규(36·치과의사)씨와 함께 2009년과 2010년 무료CF도 찍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 나눔에 대한 열정도 강한 그녀를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베이비스튜디오에서 만났다.

# 엄마가 가르쳐준 나눔

대학교 들어가서 처음 기부를 했어요. 아르바이트 같은 걸로 돈이 생길 때마다 했던 것 같아요. 엄마 영향이 컸어요. 정말 평범하지만, 굉장히 양심적으로 사시는 분이세요. 부자가 아니더라도 조금씩은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시죠.

# 엄마로서 갖게 된 책임감

원래 아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아이를 낳고 나니 모든 아이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요. 뭐랄까, ‘측은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어른들의 삶은 어느 정도 자신이 선택한 거고, 그 길을 걸어온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아니잖아요. 갓 태어나서는 목도 제대로 못 가누고…. 그래서 더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를 하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영아보육시설을 후원해 왔어요. 사실 몰래 하고 있어서, 그쪽 분들은 제가 후원하고 있는지도 모르실 거예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혔다. “죄송해요. 아이들을 생각하면 제가 가끔 울컥해서… 엄마들이 다 이래요.”

# 나눔은 나의 일상

저에게 나눔은 특별한 일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일상’이라는 생각이 강해요. 트위터에 기부 얘기를 많이 쓰는 것도 그래서예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쓰는 곳이잖아요. 제가 홍보대사라는 걸 의식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알면 더 많이 일상적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쓰는 거죠. 남편과 자우림 멤버들도 비슷해요. 누군가 도와줄 아이디어들을 일상적으로 얘기하죠. 지난해 12월엔 남편과 “가난한 아이들은 치과 가는 게 부담되지 않을까?”라는 대화를 나누다가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해피 스마일 치과버스’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돈이 없어 치과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진료해주는 거죠.

지난해 그녀는 나가수 스태프들과 출연진들에게 ‘신생아모자뜨기 키트’를 연말 선물로 돌렸다. “일단 모양이 예쁘니까 좋아하시더라고요. 후원의 시작이랄까? 소위 ‘밑밥’을 던진 거죠.(웃음) 저처럼 취미로 편하게 생각하고 시작하면 부담되지 않아요. 많은 분들이 동참하셔서 나눔을 일상으로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예지 행복동행 기자
사진=최명헌, 김진원, 김경록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클론 멤버

1969년

[現] 리센엔터테인먼트 대표
[現] 오산대학 예체능계열 이벤트연출과 겸임교수

1954년

[現] 자우림 멤버(보컬)

197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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