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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김정은 체제 잘 굴러갈지 물어 … MB 대북정책 비판하자 고개 끄덕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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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안철수(左), 김근식(右)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해 12월 햇볕정책 이론가 중 하나로 알려진 김근식(정치외교) 경남대 교수를 두 차례 만났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전인 12월 3일, 직후인 24일이었다. 민주통합당 김효석 의원의 주선으로 김 교수와 대북 문제를 토론하기 위한 자리였다. 안 원장은 자신에 대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말해왔지만 정작 그의 생각이 알려진 건 없다.

 11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당시 안 원장과의 대화를 상세히 공개했다. 그는 “안 원장이 큰 틀에서 남북 화해·협력정책에 동의하고 있었다”며 “그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대북관의 소유자”라고 평했다.

 -안 원장 스스로 ‘안보는 보수’라고 했는데.

 “(만나기 전) 나 역시 그걸 우려했다. 그런데 만나보니 달랐다. 내가 햇볕정책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반박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안 원장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나.

 “주로 듣기만 했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내가 황당한 주장을 한다고 판단했다면 다시 만나려고 했을까.”

 김 교수는 최근 펴낸 『대북 포용정책의 진화를 위하여』란 책에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는 ‘포용정책 2.0’을 주장했다. 북한의 변화를 수반하는 포용정책이 그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그것이 북한 변화를 견인하는 데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반성에서다.

 -책 내용에 동의했나.

 “포용정책의 진화가 없으면 또다시 남남갈등으로 대표되는 이념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거라는 데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 사망 직후인 두 번째 만남에선 대화 주제가 달랐을 것 같은데.

 “김정은 체제가 제대로 굴러갈지를 주로 물었다. 중국의 북한 장악력이 커지는 것에 우려를 표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통일을 주도해야 한다는 고민이 배어 있었던 거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문제에 대한 언급은.

 “범인이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종결이 이뤄진다. 김 위원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이 문제도 매듭지어야 한다고 설명하니 동의했다.”

 -안 원장이 왜 ‘비(非)전공’인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졌을까.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은 아니었다. ‘안철수 바람’으로 표출되는 국민적 기대에 화답해야 한다는 고민이 읽혔다. 내게 한 질문도 세부정책이 아닌, 큰 틀의 국가비전과 관련된 것이었다. 배우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 내 얘길 일일이 노트했다.”

 -결국 정치 참여를 준비하는 건가.

 “(정치 참여를 위해) 공부한다는 느낌이었다. ‘주변에서 이렇게 물으면 어떻게 답해야 좋을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고민의 깊이가 깊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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