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

전기절약,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지난해 9월 15일 정전대란의 경험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전력수급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우리는 벌써 전기의 소중함을 잊었다. 마치 정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전력소비량은 전일 6728만kW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6741만kW를 기록했다. 정전을 경험했으나 전기는 여전히 비용만 지불하면 마음껏 써도 되는 자원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올겨울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전력공급능력은 약 7906만kW인 반면 최대전력수요는 7853만kW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예비력이 안정적 수준인 400만kW를 밑도는 수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5일 전력수요관리를 위해 난방온도 섭씨 20도 제한, 네온사인 사용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에너지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시는 정전사태를 겪지 않겠다는 우리 국민들 하나하나의 전기절약 의지와 실천이다. 겨울철 전기수요가 갑자기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전기 난방 수요 급증 때문이다. 2006년 겨울 최대전력 소비에서 18.6%에 그친 난방 소비 비중은 지난해 25%를 넘어섰다. 고유가로 등유 값이 치솟자 너도나도 값싼 전기로 전환한 게 가장 큰 이유다. 특히 따뜻한 온기를 내보내서 발밑에 두고 쓰는 전기온풍기는 크기는 작지만 선풍기 16대를 동시에 켜놓은 것과 같은 전기를 소모한다. 아직도 겨울철 우리나라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일러 온도를 25도 이상으로 올려놓은 채 반팔·반바지를 입고 생활하는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쓰여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우리 한 명 한 명이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전기절약을 생활에 습관화하지 않다 보면 9·15 정전대란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또 한 번의 정전대란을 겪고 전기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있을까. 시간이 없다. 지금이 바로 에너지절약을 실천할 때다.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