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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개 기금,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국민부담 가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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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예산으로 소관부처의 뒷주머니 역할을 해온 각종 기금이 예상했던대로 주먹구구식 자산운용과 관리인력의 전문성 부족으로 국민부담을 가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율성이 높은 기타기금의 경우 사업집행이 국회나 국무회의 심의과정없이 주무장관의 재량으로 이뤄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예산사업과의 중복가능성도 높아 특단의 구조개혁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기획예산처는 29일 공공기금 42개, 기타기금 20개 등 62개 기금을 대상으로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기금운용평가단(단장 金仲秀 경희대교수)이 실시한 `1999년도 기금운용평가'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번 기금평가는 61년 도입이후 40년만에 처음으로 실시됐으며 운용상의 잘된 점과 못된 점을 조사, 그 결과를 국무회의 보고를 거쳐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국민모두에게 최초로 공개한데 의의가 있다고 기획예산처는 밝혔다.

평가결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오색그린야드호텔 등 회관 7개소), 근로복지진흥기금(부천.전주스포피아), 군인복지기금(직영 휴양소 7개소) 등은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수익성도 크지 않은 호텔, 회관 등 부대사업 운영으로 실질적으로 또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기금재정의 손실을 초래했다.

사업대상자가 다수인 기금의 경우 집행의 효율성 측면보다는 형평성을 명분으로 나눠먹기식으로 자금을 배분했다는 의혹이 짙다. 문예진흥기금은 858건의 사업에 514억원을, 여성발전기금은 13개 사업에 2억원을 배분했다.

국민건강증진기금, 고용보험기금, 산재보험기금 등은 예산사업과 차별화가 미흡해 기금으로 존속할 필요성이 의문시됐다.

중소기업창업.진흥기금과 정보화촉진기금, 산업기반기금은 기금간 횡적 업무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수혜자가 중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근로복지진흥기금은 기금운용심의회 위원이 모두 운영 주체인 근로복지공단 이사회 소속이어서 실질적인 심의가 곤란했다.

자산관리에서는 2001년부터 부분예금보험제도가 도입돼 기금자산이 예금보험대상에서 제외되는데도 대책이 미흡했고 전반적으로 모든 기금들이 과도하게 운용자금을 단기로 운용, 오히려 시장교란요인으로 작용했다. 특정 금융기관에 배타적 또는 우선 배분으로 자금배정을 둘러싼 잡음소지도 제기됐다.

기술개발복권(과학기술진흥기금),복지복권(근로복지진흥기금), 경륜,경정 복권(국민체육진흥기금) 등 복권발행에 의한 재원조성은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지만 복권구매가 저소득층에 의해 이뤄져 소득역진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기획예산처는 이같은 지적에 따라 향후 자산운용의 효율성제고를 위해 자산운용지침에 여유자금의 단기운용을 지양하도록 명문화하고 사업성대기자금은 투자풀을 구성, 유동성부족분을 내부적으로 저리융자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또 필요가 다한 기금의 통폐합, 기타기금의 공공기금화, 기금의 예산 전환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사업운용의 적정성제고를 위해 수혜자 정보를 공개,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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