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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문학 공부 가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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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서울 장충고 2)군이 서울 시내 한 서점에서 문학교과서에 나오는 소설책을 살펴보고 있다.

“언어영역 중에서 문학이 가장 어려워요. 특히 시 부분은 보고, 읽고, 쓰고, 외우고, 온갖방법을 다 써봐도 작품을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아요.” 김지훈(서울 장충고 2)군은 언어영역 문학 부분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학교 내신시험에서도 영어와 수학은 1~2등급의 성적을 받지만, 국어는 3등급을 벗어나지 못한다. 김군만의 얘기가 아니다. 문학은 대부분의 고등학생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생소한 작품이 출제되기라도 하면 문제풀이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학은 시, 소설, 극, 수필의 4갈래로 나뉜다. 비상에듀 언어영역 김영준 강사는 “수능에서는 수험생들이 접하지 못한, 생소한 작품이 문제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작품의 해석방법을 암기하는 건 무의미하다”며 “장르별로 작품해석에 필요한 기본개념을 익힌 뒤 분석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대시 - 화자의 정서·태도 파악 필수

 현대시는 생략되고 함축된 부분이 많다. 문학 부분에서도 학생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이유다. 상당수 학생이 다양한 시를 접하면서 소재와 주제등 참고서에 나온 주요내용을 암기하면 현대시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김영준 강사는 “외우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문학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충고했다. 암기 위주의 학습은 한계가 있다. ‘생각하는 연습’을 게을리 할 경우 문제에서 처음 본 작품이 나오면 주제를 찾아내는 것조차 힘들다. 스스로 시를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야 어떤 작품이 출제되든 답을 찾아낼 수 있다.

 현대시 분석의 첫 단계는 특정 상황에 대한 화자의 정서와 태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투스 국·영·수전문관 김민정 언어영역 강사는 “주제를 먼저 파악한 뒤 작가가 자신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기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인법·은유법·대조법처럼 시의 표현방법을 이해하고, 리듬이나 이미지, 어조 등의 개념을 익힌 뒤 새로운 작품을 접하면서 자신만의 분석법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는 이어 “생략되고 함축된 부분이 많아 해석이 쉽지 않다면 시 속에 빠져있는 문장성분을 찾아보면 각 연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고선 시가 - 기초적인 상징체계 정리 필요

 고전시가를 공부할 때는 기초적인 상징체계를 정리하는 게 필수다. 해·달·별·구름·매화·난초·국화·대나무·겨울과 같이 고전시가에 자주 등장하는 어휘의 상징적 의미를 이해하면 문제접근이 수월해진다.

 김영준 강사는 “기본적인 상징체계를 바탕으로 시조를 100편 정도 정리해 둘 것”을 추천했다. 현대시를 공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주제를 파악하고, 어휘해석이 어려울 경우에만 참고서를 들춰 특정 어휘의 의미를 익혀나가는 게 효과적이다. 시조를 정리한 뒤에는 조선 전·후기 가사의 대표작을 살피고, 정철과 박인로 등 수능에 자주 출제되는 유명작가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개념을 익히면 고전시가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설 - ‘대화’ 중심으로 사건, 인물, 배경 정리

 소설은 학생들이 ‘쉽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많이 틀리는 장르다. 소설을 읽을 때는 인물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갈등의 원인과 인물의 성격, 태도를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주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수능에서 출제되는 소설지문은 2000~2500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갈등이 잘 드러난 부분을 출제할 수밖에 없다. 김민정 강사는 “갈등의 과정을 보여주려면 최소한 3~4개의 장면이 필요하다”며 “소설을 접할 때 장면을 나누면서 각 장면의 주요내용을 찾아내는 연습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장면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 공간이나 시간의 변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장면 별로 인물관계를 정리하면 사건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2012학년도 수능에서 출제된 소설 문제는 사건이 일어난 순서를 정리하거나 장면이 나눠진 상태에서 장면간의 관계를 물었다.

 현대소설과 고전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작품들을 미리 공부해두는 것도 전략이다. 현대소설은 해방 전·후 지식인끼리의 갈등, 한국전쟁과 분단문제, 산업화·근대화가 삶에 미친 영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중점적으로 공부하고, 고전소설은 판소리계 소설과 가정·가문소설을 중심으로 정리해두는 게 좋다.

수필 - 주제나 화자의 정서 파악해 시와 비교

 수필은 갈등을 바탕으로 한 문학이 아니다. 특정 사건에 대한 글쓴이의 정서와 태도를 노래한 장르다. 소설보다는 시에 가깝다. 2004년 수능에서 수필이 단독 지문으로 출제된 이후 2005년에는 『멋설』과 『도산십이곡』, 2006년에는 『조춘점묘』와 『야청도의성』·『속미인곡』, 2007년에는 『만분가』와『질화로』가 함께 엮여 출제됐다. 수필 장르가 단독 출제되기 보다는 시나 고전시가를 함께 엮은 ‘복합형’ 문제가 주로 나온다는 얘기다. 김민정 강사는 “2013학년도 수능에서 수필 부분 문제가 출제된다면 시와 함께 엮은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보통 화자의 정서, 태도의 유사성을 묻거나 수필과 시의 공통적인 표현상 특징을 묻는 문제가 주로 출제된다”고 덧붙였다. 수필을 읽을 때는 반드시 화자의 정서와 태도를 먼저 파악하고 표현상의 특징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비슷한 주제를 가진 시가 있으면 비교하면서 공부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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