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대형아파트 가구당 7000만원 `뚝뚝`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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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집이 아니라 가시방석이에요" 분당신도시 아름마을에 사는 이모(61.여)씨는 요새 집생각만 하면 밥맛이 없다.

지난 2006년 9월 12억1000만원까지 올랐던 전용면적 163㎡가 8억9000만원으로 떨어진 것. 사정이 급한 옆집은 7억원대에도 팔리지 않는다고 울상이다.

12억원 짜리 아파트, 7억원에 내놔도 `안 팔려`

지난 5년간 아들은 장가를 갔고 딸은 독립했으며 남편은 은퇴를 했다. 관리비만 많이 나오는 큰집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돈 나올 데는 연금밖에 없고 한푼이 아쉬운데 답답하죠. 이걸 팔아 작은 집 두채를 사서 한 채는 우리가 들어가고 한 채는 월세라도 받으려고 했는데‥ 또 우리 집값은 떨어지고 작은 집은 올라서 팔아도 돈이 될 지 모르겠어요"

중대형 아파트의 주 수요층인 중장년층 상당수가 이 같은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2006년 이후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격은 가구당 평균 7000만원 떨어졌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는 작년 말 수도권에 있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재건축 제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를 조사한 결과 6억3316만원으로 집계돼 2006년 말 7억356만원보다 7040만원 감소했다고 8일 밝혔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종합지수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는 2000년대 중반 호황기를 맞아 2006년 24.6% 오르면서 정점을 찍었다. 2002년 29.3%의 상승폭 이래 역대 2번째로 많이 올랐던 기록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대형 아파트 가격은 한차례 하락했다. 이어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중대형이 `찬밥`으로 전락하면서 집값 하강곡선이 더욱 가팔라진 것이다.

시도별로는 신도시 중대형 아파트가 1가구당 8억2697만원에서 6억4254만원으로 1억8443만원이 빠져 하락폭이 가장 컸다. 1기 신도시의 대표주자 격인 분당은 가구당 2억5577만원 떨어졌다.

정자동 아이파크와 동양파라곤, 파크뷰 등 정자동 일대 주상복합 아파트가 하락세를 주도했고 서현동 시범현대, 시범우성, 시범한양 등도 내림폭이 컸다.

경기도는 4억7668만원에서 4억1190만원으로 6478만원 떨어졌다.

강남권 약세와 과천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지구 지정 등으로 타격을 입은 과천시의 중대형이 가구당 3억6109만원 내리는 등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서울 및 신도시 일제히 하락

서울에서는 현재 중대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8억9341만원으로 2006년 대비 5019만원 떨어진 가운데 송파구(2억3549만원), 양천구(1억7250만원), 강남구(1억6542만원) 등의 하락폭이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동기간 수도권 소재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집값은 2억6886만원에서 2억8973만원으로 2087만원 상승했다.

닥터아파트 조은상 리서치팀장은 "`웬만하면 사지 말자, 사도 큰집은 안 된다`는 심리가 팽배해 중대형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다만 집값이 더 빠져 중대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몰리면 하락세가 주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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