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살림 … 자가용도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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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도 용인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는 탁현기(52)씨는 지난해 8월 통근용으로 쓰던 87년식 중형차를 처분했다. 그러곤 중고 SUV를 한 대 구입했다. 신차를 사는 것도 고민했지만 부쩍 오른 가격이 부담이 돼 포기했다. 탁씨가 산 SUV는 신차 가격이 3000만원을 넘지만 중고차는 1000만원이면 살 수 있다. 그는 “국산차 성능이 좋아져서 새 차보다 훨씬 싼 중고차라도 별 불편 없이 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새 차 대신 중고차를 구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5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2011년 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중고차는 325만7000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도(273만 대) 거래량에 비해 19.3%나 늘었다. 또 지난해 신차 거래량(약 160만 대)의 2배를 넘어섰다. 국토부 박경철 자동차정책과장은 “가정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신차 구입을 포기하고 중고차에 눈을 많이 돌리는 등 자동차 구매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팍팍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타고 다니던 차량을 말소등록한 경우도 부쩍 증가했다. 지난해 폐차 등으로 인한 말소등록은 110만3000대로 2010년보다 18.6% 많아졌다.

 고유가 때문에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 이용자도 늘었다. 이 차량은 엔진과 모터 등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동력원을 이용해 달릴 수 있어 일반 차량보다 연료비가 적게 든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2008년 3657대에 불과했으나 2011년엔 10배 이상 늘어난 3만8482대를 기록했다. 통행료와 주차비 감면 등 적지 않은 혜택이 주어지는 배기량 1000㏄ 이하 경차 소유자도 많아졌다. 2007년 76만8108대였던 경차 대수는 2011년엔 126만2167대로 늘었다. 전체 차량 중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6.3%에서 8.9%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 전체 등록대수는 2010년보다 2.8%(49만6000대) 증가한 1843만7373대였다. 인구 2.75명당 1대꼴이다. 수입차는 총 62만여 대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430만4000대(23.3%)로 가장 많은 차량 등록대수를 기록했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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