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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용의 해, 향교와 서원에서 만난 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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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소정]

최근 우리 자녀들의 학교는 어떤가. 교육자로서 가슴이 아릴 만큼 안타까운 소식들을 접하게 된다. 왜 이렇게 됐나. 해결방법은 없는 걸까. 조선시대에도 향교나 서원에서 왕따나 친구의 괴롭힘에 울고 생명을 포기했을까?

향교나 서원에서는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 강요가 아니라 생각할 시간을 주는 장소였다. 이는 향교나 서원 주변의 경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초입에는 학자수라는 은행나무나 회화나무, 기상을 나타내는 소나무가 심어진다.

나무 하나에도 의미를 둬 꿈과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라고 교육을 시킨 것이다. 나무숲을 지나면 홍살문이 있다. 홍살문은 살가지와 태극이 그려져 있는데 나쁜 소식들을 막겠다는 벽사의 의미를 나타낸다.

홍살문을 지나면 용의 만남이 시작 된다. 향교나 서원에는 외삼문에 해당하는 문루가 있다. 학생들의 휴식 장소로 익공재의 기둥 위 측면 3개 기둥 중앙에 있는 기둥과 대들보 사이를 가로지르는 충량이라는 활처럼 휜 나무가 있다. 이 나무에는 용을 그리되 방향을 나타내는 색으로 좌청룡과 우황룡을 표현하고 있다.

청룡은 봄을 가르치며, 생명의 시작, 즉 학문의 시작을 의미 한다. 인생의 꿈의 시작은 학문에 있다는 뜻이다. 황룡은 땅을 나타내며 중앙의 의미와 확산의 의미도 있고 청룡과 대칭의 백호 자리에 있으면서 가을, 즉 결실을 나타낸다.

 이곳에서 자신이 연마한 학문의 결실이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리고 충량 머리는 용두(龍頭)를 조각,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곳도 있다. 그 다음에 용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은 학생들의 강학공간인 명륜당으로 대들보에는 용트림하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비상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학생들이 문루에서 쉴 때나 공부 할 때 자연스럽게 자신의 머리 위에 그려져 있는 용 그림을 보면서 호연지기와 입신양명을 기원하게 된다.

어떤 곳은 직선적인 대들보를 쓰고, 그 위에 용모양의 조각을 올려놓아 대들보의 용의 용트림을 대신하고자 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용은 젊은이들에게는 미래의 꿈의 동물이다. 또한, 지붕이 하늘에 닫는 곳을 용마루라고 부르고 그것도 부족한듯하면 지붕 끝에 용두라는 용모양의 기와를 만들어 올려놓았다. 또한, 왕에게 용의 의미는 옷은 용포요, 의자는 용좌, 더욱이 눈물까지도 용루(용의 눈물)라고 부르는 동물로 12지상 중에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이 원하는 정신적인 지주다. 가장 최고의 상징적인 동물 중에 용을 대표적 동물로 표현하고 있다. 배움의 결실을 남에게 널리 알린다는 용의 목표를 교육시키던 장소인 향교와 서원은 지금은 여행으로 만나는 장소가 됐다.

우리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는 선비들의 발자취에서 청소년들은 자신의 꿈의 이상향을 달성하는 기운을 받았으면 한다. 전국적으로도 드물게 용(龍)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은 천안지역이 용트림의 기운을 받아 올해 임진년(壬辰年)은 어려움을 떨치고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서정호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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