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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동의 중국世說] 2012년 세계정세 전망

중앙일보

입력

“2012년은 유럽위기로 예측 곤란한 문제들이 세계각국의 지도자 교체로 더욱 해결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케네스 로고프’의 올해 정세진단 서두이다.

지구촌, 최고 통치자의 세기적 빅뱅

올해는 우리 한국과 미, 중, 러, 등 한반도 주변 4각은 물론 대만, 프랑스 등 세계의 주요국가들이 최고통치자를 새로 선발하는 선거 및 정권교체의 빅뱅이 국제뉴스의 화두를 장식하고 있다.
2012년 한 해 이런 주요국의 최고 지도층 경질예상 상황과 함께 그들의 정세를 전망해 본다

미국은 오바마가 경제성과 부진과 정치리더십 미약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채 힘겨운 재집권 전략에 돌입했다. 현재 공화당 후보로는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압도적인 인지도와 자금력으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외교, 안보정책의 권위를 내세우는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접전을 벌리는 양상이다. 미국의 정치전문 사이트인 RealClearPolitic는 작년 말 현재 오바마와 공화당 불특정 후보간 가상대결에서 43.8%대 43.0%라는 초 박빙의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결국 미 대선은 미국의 경제 및 고용상황, 공화당 후보의 자질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나, 예측불허라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중국은 오는 10월 개최되는 “공산당 제 18기 전국대표대회”에서 현 국가부주석인 시진핑(習近平)이 당 총서기에 임명되고,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는 내년에 총리로 발탁될 것이 확실시 된다. 이른바 중국의 제5세대 집권의 서막이 오르는 것이다.
상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는 차기 최고 지도부인 당 중앙 정치국상무위원도 선출하게 되는 데, 현재 9인의 상무위원 중 시진핑 부주석과 리커창 부총리를 제외한 7명이 모두 경질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지도부 입성 인사로는 시진핑, 리커창 이외 위정성(兪正聲) 상하이시 서기, 리웬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 장더장(張德江) 부총리,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서기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들 새 지도부 인물들 중 카리스마적인 지배력이나 권위를 가진 인사가 없어 중국은 시진핑을 최고 지도자로 하는 사실상의 집단지도체제로 13억 중국호를 운행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17세기 부국강병책을 폈던 차르(czar ? 황제) 표트르 대제를 꿈꾸는 푸틴 총리가 오는 3월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복귀하는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총선의 부정선거 후유증과 얄팍한 정략에 의한 푸틴의 재집권에 대해 이미 민주주의의 맛을 본 러시아 지식층들의 반발계수가 거셀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프랑스도 오는 4월 대선이 니콜라 사르코지(대중운동연합?UMP)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사회당) 후보 간의 대결구도로 치러지는데 역시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소게임이 예상되고 있다.

연착륙이 버거운 세계경제

세계경제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쇼크로 인한 “대 경기후퇴(Great Recession)”이후 2009년 봄부터 회복세였으나, 2011년 하반기부터 회복의 템포가 둔화, 장기 불황기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경기의 舞蹈가 심해 소위 더블딥 상황이 염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국제상품시황의 상승에 의한 가계 구매력 감퇴, 신흥국들의 금융긴축정책 효과, 재해에 의한 공급 파동, 선진국들의 재정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후반기부터 다시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 다행이다. 춤추던 국제원유가의 안정, 각국의 인플레 압력 저하, 신흥국들의 금융긴축정책 완화 및 재정정책 여지가 세계 경기회복의 희망 포인트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세계경기의 난맥상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제적 “정책협조의 부재”라는 지적이다. 정책협조의 경제적 가버넌스로서 G7과 G20 등이 있으나, 작년 11월 개최된 “G20 정상회의”는 각국이 재정위기 해결에 비타협상을 드러냄으로써 ‘경제 가버넌스’ 로서 기능하지 못했다. 이런 국제적 협력모드는 올해 주요국들의 통치자 교체 정국으로 인해 각국 지도자들이 국익을 내세운 대외 강경책을 표방할 것으로 보여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경제의 주요 리스크 팩트는 우선 유럽의 재정위기이다. 이 것이 확산되면 바로 세계적인 대 금융위기의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의 재정위기는 주가 및 국제상품시황의 하락은 물론, 유로권 경기악화 및 수출둔화 현상을 노정, 세계경제에 주름살을 주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신흥국들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급속한 금융완화책을 쓸 경우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의 역풍이 우려되기도 한다. 게다가 중동, 북아프리카 정세와 이란 핵문제를 위요한 구미제국의 제재강화 등은 에너지 파동을 가져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세계경제의 연착륙이 지구촌의 희망일 뿐 실현이 어려운 난제가 되는 이유다.

주요국 정세 전망

-미국, 중국, 북한-

작년은 미국 외교가 세계의 정치경제를 좌우하던 위치에서 확연히 멀어진 것을 입증한 한 해였다. 11월 “G20 정상회의” 에서 미국은 유럽의 재정위기 관련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한 자금확충 아젠다에 대해서 재정적 여유가 없는데다 국내정치 불안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안보 면에서도 미국은 리비아 사태 때 군비부담 문제로 전투기의 공격미션을 영, 불에 맡기고 자기들은 후방지원과 무인기 공격에만 나섰다. 다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적극적인 관여정책을 구사했다.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파트너 협정(TPP)”을 적극 주도하고,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가, 미국의 대아시아 중시 발언을 했으며, 남지나 해상 안전문제와도 관련 중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미국의 대아시아 관여의 동인은 가장 역동적인 경제발전지역에 미국의 경제와 고용의 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 대선으로 인해 사활이 걸린 사안이 아닌 한 국제문제에 대한 관여는 감소될 것이며,세계의 가버넌스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자산도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즉 미국은 국내 정치에 수족이 묶여 지극히 선택적 외교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국내상황을 보면, 미국 경제는 국제상품시황 상승, 악천후, 유로권 위기 등으로 성장률이 저하되고, 실업률은 8.6%로 여전히 높아 고용문제가 대선을 좌우할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추가로 사용할 재정금융정책도 고갈된 상태이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는 공화당 강세의 의회와 대립, 효율적인 정책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부정적 요인들은 오바마의 지지율을 끌어내려 지난해 말 현재 44%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은 올해도 1-2%대의 경제성장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미국 경제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국의 대외환경은 유럽의 경제위기, 미국의 경기침체 지속, 북한 김정은 체재 등장으로 올해에도 경성파워를 내세운 힘의 외교무대가 중국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중국의 외교정책은 韜光養晦(힘을 비축하고 드러내지 않음) 정책에서 벗어나 有所作爲 (필요할 때 적극 나서서 조치함)의 정책을 정착화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환경을 구실로 중국은 세계 외교 및 경제운용 무대에서 활동공간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혈맹관계를 강조하는 북한에 대한 지원 및 감싸기 정책은 지속될 것이며, 남지나 해상과 인도양 등 세계 도처에서 국익을 위한 영향력 행사가 예고되고 있다. 이는 일본, 아세안 제국은 물론 미국과도 이해관계가 있어 동아시아 안보에 암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내치적으로는 소위 태자당파, 상해파, 공청단파 등 주요 파워 정파들이 5세대의 집권과 관련 막판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가을의 당 대표회의 준비에 정부 행정력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유럽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수출둔화가 예상되며, 지방정부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은행의 불량채권 증가 등 악재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소비자물가 및 인플레 관리, 적절한 금융정책, 전략적 산업개발 등으로 여전히 8.4%-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은 이러한 고성장을 원동력으로 12.5 계획에 의한 내수확대, 민생안정, 경제발전방식의 전환 등의 목표 하에 경제의 소프트랜딩 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민 소요와 특히 티벳, 몽골, 신강 자치구 등에서 발생하는 민족분규 문제를 여하히 대처 하느냐가 내치의 주요 현안으로서 주목된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접어든 북한은 김정은이 장성택, 김경희 등 족벌들과 리영호 총참모장 등의 친위적 신 군부를 체제보위의 근간으로 하여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 등 주요 직위에 오르면서 체제를 굳혀나갈 것이다. 허나 김정은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독재와 계획경제 체제의 태생적 한계에서 온 경제파탄상을 타개한다는 것이 용이치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중국에 더 큰 손을 벌리면서 미국과는 경제지원 획득을 위한 위장 대화전술도 집요하게 구사할 것이다. 이 연계선상에서 3각(미,중, 북한)의 눈치만 보며 끌려 다니는 한국의 대북정책 노선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김정은도 아비처럼 역시 경제난 타개와 내부불만 정국의 대외전향 전략 차원에서 대남 도발을 재범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리시아, 일본, EU-

푸틴이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민주적 장기집권에 대한 지식인 등 반발세력과 주민들에 대한 무마가 그리 십지 않을 전망이어서 국내정국의 혼란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외적으로는
지금 미국의 오바마가 중동 및 아프칸 문제 등에서 러시아의 지지를 유도키 위해 러시아의 WTO 가입지지 등 “대러 관계 리셋(RESET)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도 최근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찬성하며 화답하고 있다. 다소 대립적이고 견제적인 전통적 미-러 관계가 서로의 당면한 국익 앞에는 협력의 패를 운용하는 현장이다.

푸틴집권 이후 대중국 관계는 상호 경협활성화는 물론, 상하이 협력기구(SOC)강화 등을 통해 중국과 함께 대미 견제구 행사에 동참할 가능성도 크다. 또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유럽 미사일방위(MD) 배치계획도 푸틴정권의 대미관계 시험대가 될 것이다.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은 원유 등 1차 산품의 수출 점유율이 높은 데다 국제상품시황의 안정을 배경으로 다소의 경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러시아는 작년 12월 WTO에 가입함으로써, 무역과 대내 직접투자의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반면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기반이 미약하여 이 분야의 개선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일본은 지난번 동북지방의 대지진으로 인한 대 재해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혼란의 전쟁을 치려야 했다.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국정 책임자인 총리에 대한 불신이 더욱 심해졌다. 현재 ‘노다’ 총리도 일-중 회담 주도 등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일본의 경제재건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구조적인 정당간 연정의 취약성과 리더십 문제 등으로 역시 불안한 행보라는 것이 중론이다. 대외적으로 미국과의 동맹복원, 군사기지 이전문제, 중국과의 영토 및 동북아 헤게모니 문제 등 외교적 현안이 산적해 있다. 경제적으로도 재해의 타격에다 급속한 엔고 현상은 자동차, 전자 등의 수출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
또한 주택, 건설 버블 붕괴 후 복구 사업이 부진하고, 재정금융 정책면에서 꺼내야 할 패가 부족한 데다 유럽의 국채 투자에 실패하여 금융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EU는 리스본 조약의 발효에 의해 EU의 확대, 통합의 가속화,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 증대를 확신하고 무리한 통합정책을 추진,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현재화하자 유로존의 위기로 까지 비화되고 있다. 이에 EU는 통합방향과 스피드를 재 조절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2011년 10월에는 유로권 수뇌회담에서 위기관리 및 예방을 위한 “포괄전략”에 합의했으나, 위기 수습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투자가의 리스크 회피태도만 강해지고 있다. 이제는 유럽의 주가하락, 신흥국시장으로부터의 자본유출 등을 통해 위기가 여타지역으로까지 파급될 우려에 빠지고 있다. 이런 위기대책 방안으로서 EU는 재정 가버넌스 및 각국의 성장력 강화를 위한 “유로프러스 협정”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포괄전략”을 기초로 재정균형의 헌법규정화, 안정성장협정 위반 제재가 가능한 “재정협정”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는 있다. 하지만 구성국간의 경제구조 및 재정건전도 격차 해소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유로존 위기해결은 어려운 국면으로 계속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한편, EU의 다른 근본적 문제는 통합의 최종적인 형태와 완성의 스피드를 위요한 각국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EU의 주 견인차인 독일과 프랑스는 헤게모니를 위한 힘겨루기가 심하고, 특히 독일의 주장이 강한 점에 타국의 반발이 거세다. 게다가 영국이 유럽통합 강화에 일정한 거리감을 두고 있는 점도 통합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 등장과 세계 각국의 지도자 교체 빅뱅, 세계경제 위기,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치불안 등으로 특징 지워지는 임진년 한 해! “발전과 비상을 상징하는 흑룡이 세기적 격동의 불안을 해소시켜주는 기적” 을 기대하는 마음이 무거울 따름이다.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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