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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다 죽어가는 몸으로 천리 밖 명의 찾고 있으니 유권자를 졸로 보는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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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참으로 사람이 귀하다. 그래서 인사가 어렵다. 삼국지의 조조는 승상으로 있던 210년 구현령(求賢令)을 내린다. 문자 그대로 널리 인재를 구한다는 포고다. 그런데 이게 일대 스캔들이었다.

 “반드시 청렴한 선비라야 등용할 수 있다면 제 환공은 어떻게 (관중을 만나) 세상을 제패할 수 있었겠는가. 천하에 거친 옷을 입고 낚시를 하고 있는 강태공이 또 없겠는가. 비록 흠결 있는 자라도 오직 재능만 보고 천거해 기용할 수 있게 하라.”

 신분과 도덕성을 무시한 능력제일주의를 천명한 것이다. 충효인의(忠孝仁義) 따지던 당시로는 상상도 못할 인재 등용 기준이었다. 조조는 위공(魏公)이 된 이듬해인 214년에도 다시 구현령을 내리는데 어투가 더욱 간절해진다.

 “무릇 품행 바른 선비가 능력 있다는 보장이 없고, 능력 있는 선비가 품행 바르다고 할 수 없다. (한 고조의 책사인) 진평이 성실한 인물이었던가. (합종책을 펼친) 소진이 신의를 지켰던가. 하지만 진평은 한나라를 안정시켰고 소진은 약소국 연나라를 도왔다. 이 이치를 명확히 깨달아야 인재가 버려지거나 정사가 멈추는 일이 없을 것이다.”

 위왕(魏王)이 된 이듬해인 217년 조조는 3차 구현령을 내린다. 능력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 커졌고 다른 조건을 보는 눈은 보다 관대해졌다.

 “오기는 탐욕스러운 장수다. 아내를 죽여 신용을 얻었고 돈으로 관직을 샀다. 하지만 그가 위나라에 있을 때 진나라가 동쪽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초나라에 있을 땐 진나라가 감히 남쪽을 도모하지 못했다. 천하에 이런 사람이 없단 말인가. 불의한 행동 탓에 존경을 받진 못해도 나라를 다스리고 군사를 부릴 능력을 갖춘 이를 알면 한 명도 빠짐없이 추천해야 할 것이다.”

 참으로 사람이 귀하다. 많아도 귀하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1800년 후 우리 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인선이 어렵고 인사가 벅차다. 잘못된 인사와 공천으로 골병 든 정권의 집권여당이 빈사상태를 벗어나고자 만든 비대위조차 인선을 두고 말썽이다. 도덕성 시비도 나오고 ‘끼리끼리’란 얘기도 들린다. 이를 듣는다면 조조는 뭐랄까? 죽어가면서 천리 밖 명의(名醫) 찾는 격이라고 하지는 않을는지.

 듣자니 의사 얘기가 다 옳은데 귀에 거슬리는 건 내 이해가 걸린 까닭이다. 결국 길은 두 가지다. 뼛속까지 스민 독을 긁어내고 살든지 메스를 거부하다 고사하고 말든지다. 의사의 자격 시비는 살고 난 다음의 문제다. 그들을 어디까지 기용하느냐의 문제란 말이다. 못 알아들을 것 같아 부연하면 그것이 유권자들의 관심 흐름이라는 거다. 내 일도 아니지만 싸우는 꼴이 딱해 참견 한번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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