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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러 민통선 찾아왔는데 … 배곯는 독수리, 배부른 두루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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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해 말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거곡리 민통선 내 장단반도 독수리 월동지 먹이터 주변에 독수리들이 모여 있다. [안성식 기자]
두루미 월동지와 접한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 조성된 군남댐에 두루미 모형을 갖춘 테마파크 . [안성식 기자]

민통선 내 서부전선과 중부전선의 희귀 조류 월동지 두 곳이 상반된 모습이다. 파주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 월동지는 방치되다시피 한 반면 연천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 월동지는 생태관광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2일 한국조류보호협회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 주변에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500여 마리의 독수리가 몽골에서 날아들었다. 이곳은 매년 겨울 700여 마리의 독수리가 날아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독수리 월동지다. 그러나 광활한 논밭이 펼쳐진 월동지에는 먹이 줄 때만 독수리가 모습을 보일 뿐이다. 대신 민통선 바깥 파주시 적성면, 연천군 백학면 일대 축산농가 주변에서는 종종 목격된다. 월동지에서 먹이 주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수리 먹이로 일주일에 한 차례씩 돼지 4마리가 필요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한 달에 한 차례 공급이 고작이다. 게다가 월동지 주변에는 그 흔한 보호 가림막도 없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수시로 월동지 안으로 드나들고 있다. 월동지를 멀리서 생태견학할 수 있는 전망대도 갖춰지지 않았다. 한갑수(59)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장은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 값이 올라 독수리의 집단 탈진과 폐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성만(65) 한국조류보호협회장은 “세계적 멸종위기 조류인 독수리를 보호하고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생태관광시설을 마련하고 먹이 주기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상류 임진강 일대는 세계적으로 3000여 마리에 불과한 두루미 천국이 됐다. 두루미는 겨울철이 되면 150여 마리가 날아와 비무장지대(DMZ) 주변 임진강 빙애, 장군여울에서 서식한다. 한국수자원공사·경기도·연천군·한국조류보호협회 등 7개 단체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매주 먹이 주기를 한다. 중면 횡산리 두루미 생태습지원 일원에서 율무·벼 등 400∼600㎏을 뿌려준다. 수공 측은 지난해 10월 26일 군남댐을 완공하면서 두루미 서식지 보호를 위해 인공섬 등 대체 서식지를 갖췄다. 이석우(55)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 기획이사는 “댐 완공 후에도 여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담수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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