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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금맥 캐러 가실 분 이리 오세요!

중앙일보

입력

홍익인터넷의 노상범 사장은 인터넷 시대의 ‘청바지 장사’로 불린다. 닷컴 위기설에도 끄덕없이 인터넷 업계를 이끌고 있는 그는 젊은 나이에 20여 가지 이상의 직업을 거친 이색인이기도 하다.

인터넷 시대의 청바지 장사

골드러시 시대. 금맥을 찾으러 수많은 사람들이 서부로 떠났다. 하지만 금맥을 찾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금맥 찾아 떠나는 사람들에게 청바지를 팔았던 사람들만 돈을 벌었다.

홍익인터넷의 노상범 사장(35). 그는 곧잘 인터넷 시대의 ‘청바지 장사’에 비유되곤 한다. 수많은 기업들이 인터넷으로 향하는 인터넷 골드러시 시대에 그는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한 것이다.

97년 디자이너 1명과 함께 시작했던 홈페이지 제작 사업. 지금은 직원 1백여명의 국내 최대의 웹 에이전시로 성장했다.

웹 에이전시란 쉽게 말해 웹사이트를 구축해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그저 보기 좋은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는다. e-비즈니스 컨설팅에서 마케팅, 전략기획, 홈페이지 제작에 이르는 종합적인 인터넷 컨설팅을 필요로 한다.

홍익인터넷이 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를 보면 삼성그룹과 LG화학, SK상사, 삼성라이온즈, SK축구단, 하나로통신 등 국내의 탄탄한 대기업의 웹사이트 구축에서부터 인텔, 소니 등 외국계 업체의 웹 컨설팅, 부산국제영화제의 웹 프로모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오프라인 상의 굵직한 기업들을 주 고객으로 가지고 있다보니 최근 불거지고 있는 닷컴기업의 위기설에도 전혀 동요함이 없다. 오히려 최근 웹 에이전시 업체인 넷퀘스트와 합병을 이루어내며 이 분야의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웹 에이전시는 크리에이티브와 전략, 기술 세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뒷받침되어야 하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홍익인터넷은 인터넷 업계의 사관학교로 불린다. 결코 많지 않은 직원이지만 홍익인터넷 출신들이 현재 각 인터넷 기업에서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CPO(Chief People Officer)라는 인력관리 담당 임원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것에서도 노사장의 사람 관리 면모를 볼 수 있다.

이제 삼십대 중반의 나이. 노사장은 다른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수많은 일들을 해왔다. 스무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LA에서 햄버거 가게 종업원을 시작으로 옷가게 캐셔, 액세서리 판매, 영양제 다단계 판매원, 백과사전 외판원, 택시기사, 여행 가이드, 보험회사 직원 등 20여개가 넘는 직업을 전전했다.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그것도 낯선 미국 땅에서 보험 에이전시를 차리고 합병시키는 믿기지 않는 사업 수완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내에 들어와서도 장난감 대여점을 하는 등 끊임없이 뭔가 일을 벌이곤 했다. 수많은 직업을 섭렵하던 노사장에게 인터넷이 어떻게 다가왔을까 궁금했다.

“96년인가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엘빈 토플러와 니그로폰테의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온몸에 전율을 느낄 정도로 감동을 받았어요. 정말 이제는 디지털이구나. 내 갈길은 인터넷밖에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습니다.”

기초부터 튼튼히 하라는 주위의 충고에 그는 천리안 네트워크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시삽(동호회 회장)을 거쳤다. 당시 회원 5만명의 국내 최대 동호회였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웠다.

홍익인터넷은 자신이 다녔던 홍익대학교에서 따왔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에겐 대학 졸업장이 없다. 한 학기를 남겨두고 사업 때문에 학교를 안 나가 제적당했기 때문. 지금까지 찍었던 명함만 30장이 넘을 거라는 노사장.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정상에 섰다. 아마 그에게 더 이상의 명함은 필요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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