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만 개 일자리 늘었지만 ‘고용 한파’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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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고용 대박’ 터져라 … STX 신입사원들의 함성 새해엔 ‘고용 대박’이 터질 수 있을까. 취업자 수가 40만 명 이상 늘었지만 고용률은 2008년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29일 STX그룹 신입사원들이 ‘2012’를 형상화하고 함성을 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채용시장을 요즘 유행어로 풀면 ‘참 애매~합니다’다. 숫자만 보면 좋아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올 들어 11월까지 평균 취업자는 2425만5000명. 지난해(2384만1818명)보다 42만6000명 늘었다.

 하지만 시장의 체감 온도는 낮다. 전문가들은 “취업자 수를 빼면 고용의 질도 나빠졌고 구직자들의 좌절도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용률부터 부진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수준이 아직 안 된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생산 가능 인구 중 일하는 사람의 비중을 나타낸다. 취업률보다 실질적 고용지표로 꼽힌다. 올 들어 11월까지 고용률은 59.1%로 지난해(58.7%)보다 0.4%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2008년(59.5%)보다 여전히 0.4%포인트 낮고, 2002년의 60%와는 더 차이가 난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최근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는 것은 2008년 위기 이후 급감했던 일자리가 조금 회복된 정도”라며 “고용률로 따지면 채용시장은 위기 전 수준 회복이 안 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늘어난 일자리 수는 주로 시간제나 파트타임이 많다. 사실상 ‘비자발적 일자리 나누기’가 실시된 셈이라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올 11월까지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3시간48분. 지난해(45시간 6분)보다 2.9% 줄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5시간 밑으로 내려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는 시간제 일자리가 정규직보다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1주일에 17시간 이하로 일했다는 근로자(118만182명)는 11.8% 늘었고, 18~35시간 일했다는 근로자(347만727명)도 35.5%나 늘었다. 반면에 36시간 넘게 일한 근로자는 1917만4182명으로 오히려 3.4%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수경 연구위원은 “취업자 수가 올해 더 늘었지만 전국 근로자의 총 노동시간은 10억6236만여 시간으로 지난해(10억7468만여 시간)보다 오히려 줄었다”며 “이를 감안하면 노동시장의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올 8월 기준으로 599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568만5000명)보다 31만 명(5.5%) 늘었다. 반면에 정규직 근로자는 1151만5000명으로 같은 기간 대비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늘어난 일자리에 대한 차가운 시장 반응을 놓고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이른바 ‘23등론’을 펼쳤다. “반에서 20등 하던 아이가 집안 사정으로 30등으로 떨어졌다 치자. 다시 공부에 전념해 23등으로 올라섰다면, 앞으로도 성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2008년 위기 당시 급감한 일자리가 상당 부분 회복됐으니 조금만 시간을 두고 기다려달라는 뜻이다. 정부의 ‘23등론’에 대해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아이가 20등 할 때도 부모의 기대는 10등쯤 했으면 했을 것인데, 이 성적이 23등으로 되레 낮아졌다면 칭찬할 수 있겠느냐” 고 반박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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