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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닉스 진가는 사라지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필자는 이 글을 유닉스를 매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칭송하기 위해 쓴다. 유닉스 없이는 리눅스도 없기 때문에, 필자는 다른 사람들처럼 유닉스의 시대가 끝났다고 성급하게 단언하지 않겠다. 리눅스 보급업체인 칼데라가 최근 SCO 유닉스 자산을 매수한 것은 유닉스의 죽음이 아니라 부활을 의미한다.

유닉스는 컴퓨팅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세컨드 릴리즈에서 유닉스 스타일의 파이프와 서브 디렉토리를 도입했던 MS-DOS 조차도 그 영향을 받았다. 유닉스는 리차드 스톨만이 무료 OS 프로젝트를 만들었을 때, 그에게 안정적이면서도 유용한 목표를 제공해줬다. 그것은 GNV(GNV는 VMS가 아니다)가 GNU만큼 그럴듯하게 들리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닉스는 거의 10년 전쯤 어떤 핀란드 컴퓨터 학과 학생이 사용했던 바로 그 레퍼런스 프레임을 제공했다.

너도 나도 유닉스, 우리 모두 유닉스

오늘날 리눅스 유행을 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초창기의 유닉스 전성기에 대해 회상하지 않거나 그 당시 그 주변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강력하고 휴대 가능한 유닉스는 원래 공개성의 시대,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공유되던 IBM 이전 시대로 복귀하는 것 같았다. 사실, ‘공개 시스템’이라는 용어는 한 때 유닉스를 표현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것이었지만 그 후 이런 유닉스 대표 문구를 억제하려 했던 많은 기업에 의해 전용돼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초창기 유닉스의 전성기는 10여 년이 지난 후 너무나도 많은 벤더들이 자체적으로 유닉스를 변형시킴으로써 막을 내렸다. 유닉스를 만든 AT&T의 총체적인 경영 실수와 유닉스 라이선스를 받은 기업들(썬, IBM, 디지털, HP, SCO 등이 주범)에 의한 탐욕적인 권력 추구가 합쳐져 공개 시스템의 가능성을 좌절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유닉스가 VMS나 프라임OS(PrimeOS)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대부분의 단독 벤더 OS를 만드는데 성공하고 대규모 컴퓨팅으로 나아가긴 했지만, 이러한 접전은 커다란 구멍을 남겼고 그로 인해 MS는 서버 마켓플레이스에 성공적으로 진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필자가 여기서 유닉스를 매장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런 말들이 찬사가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과거를 무시하면 미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눅스는 유닉스 벤더들이 꿈꾸는 것 이상으로 공개성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유닉스에 대한 초창기의 열정에 다시 불을 당겼다. 내가 몇 년간 유니포럼 캐나다(Uniforum Canada) 이사로 재임하던 시절, 초창기의 유닉스 사용자 단체들 속에서 이와 똑같은 에너지를 발견했지만, 리눅스 업계에서는 이보다 몇 곱절 더 많은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 보인다.

물론 상업적인 벤더들도 리눅스와 관계를 맺고 있다. 지금 IBM이 웹이나 심지어 TV에서 조차 리눅스에 대해 과대선전을 하듯이, 이 때도 역시 자사의 유닉스 사업에 대해 부풀리곤 했다. 하지만 이들은 리눅스 커뮤니티의 측면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 혁신과 무상 제공의 구별은 희박해지고 기업의 대부분의 자산이 무료 소프트웨어 지원에 쏟아 부어지고 있다.

모든 구식은 다시 유닉스로

하지만 유닉스는 리눅스 지지자들이 유닉스의 사망증명서를 발급하기를 서두르는 자신의 입장을 엄청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가치가 있다. 유닉스 운동은 업계로 하여금 POSIX 같은 컴퓨팅 표준이나 오픈 그룹(The Open Group)이 지지하고 있는 다른 관행들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유닉스는 리눅스에 비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성공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이 말은 리눅스가 스스로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유닉스와 리눅스를 함께 묶는 것이 이러한 과업을 훨씬 더 쉽고 빠르게 만들 것이다.

칼데라가 SCO로부터 인수한 것을 어떻게 통합시킬 것인지 파악하는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AT&T 벨 연구소의 유닉스 재산은 지난 10년간 많은 기업(유닉스 시스템 연구소, 노벨, SCO, 현재는 칼데라)들을 거쳐갔다. 이는 리눅스와 MS와 맞서며 유닉스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사실 칼데라는 현재 연구개발이라는 상아탑에서부터 최고급 VAR 채널에 이르기까지 각종 자원들을 손에 쥐고 있다. 이들 모두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파악하는 데는 몇 주 이상이 걸릴 것이며 이를 설명하려면, 흔히 오해의 소지가 되곤 하는, 컨퍼런스 전화를 한 번 이상은 해야 한다.

리눅스 지지자들은 모든 것이 공개소스화 되기를 희망한다. 오픈서버 VAR들은 그들의 형편없는 OS를 영원히 판매하고 싶어한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일정을 이런 과정에 완전히 맞추지는 않을 것이다. 칼데라는 정말로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이러한 도전에 대해 다음 주에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몇 가지는 확실하다. 그 중 하나는 이것이 유닉스의 마지막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칼데라는 유닉스가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 있는 매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준다.

분명한 것은 70년대 벨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기술이자 그것이 만들어낸 문화인 유닉스는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많은 방법으로 유닉스는 죽음이 아닌 부활될 것이며 이러한 점은 공개 시스템이라는 유닉스 본래의 약속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밖에 표현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완전한 변화 결과를 뉴닉스(Newnix)라고 불러야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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