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닷컴기업 유입 반갑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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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기업들이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둥지를 틀면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얘기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닷컴 기업 유치를 위해 안간 힘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닷컴 기업의 대거 입주로 지역주민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덕을 보는 것은 아니다. 임대료가 오르면서 기존의 주택이나 건물 입주자들은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지게되고 그 부담을 견뎌낼 수 없으면 살던 데서 나와야 한다.

그러한 사회적 문제가 지금 샌프란시스코에서 빚어지고 있으며 급기야 예술가집단이 닷컴 단지 개발에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벌이는 사태까지 나오게 됐다. 17일 월 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3만명의 샌프랜시스코 시민들은 이 도시내 첨단기술기업들의 증가를 제한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청원서에 서명했다.

제일 상황이 심각한 곳은 미션 지역으로 히스패닉계 근로계층이 많이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는 수일전 수백명의 예술가와 안무가들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역내 닷컴 단지 개발을 중단해 임대료 상승을 감당할 수 없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무용스튜디오가 폐쇄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 주된 요구였다.

이 지역 화랑에서 기거하다 임대료 인상으로 교외 지역인 오클랜드의 값싼 창고건물로 이사갈 수 밖에 없게 된 화가 팀 크라우는 "임대료를 올리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3배로 올리는 것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임대료가 이처럼 오르는 것은 현재 이 지역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부동산개발업자들은 미션 지역의 창고나 공장 등을 인터넷,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기업 사무실로 개조하고 있다. 미션 지구에서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을 내쫓은 사례가 지난해의 경우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95년의 2배에 달했다. 이 와중에 많은 비영리단체를 입주시키고 있던 빌딩에서 원래 입주자들은 쫓겨나고 단일 인터넷 회사가 대신 입주하는 경우도 있다.

닷컴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자신들은 경제적으로 뒤처진 지역에 ''신경제''의 혜택을 배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비트닷컴(http://evite.com)의 대표 조슈아 실버맨(31)은 "우리가 여기 사람들을 강제로 이주토록 한 것은 아니다. 전에는 이 지역의 평균 임금이 시간당 4달러에 불과했지만 우리들의 입주로 인해 이 지역에는 고용이 창출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지역주민들이 닷컴 기업의 입주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미션 지역에서 빵집을 하는 앨리시어 구티에레스는 "닷컴 기업들이 폐허가 되다시피한 지역을 새롭게 단장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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