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의 친구 침팬지 치타 숨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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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32년작 영화 ‘타잔’에서 타잔(오른쪽)과 제인(왼쪽)의 손을 잡고 있는 치타. 타잔을 연기한 자니 와이즈뮐러는 1984년 80세로, 제인 역의 모린 오설리반은 98년 87세로 별세했다. [AP=연합]

영화 ‘타잔’ 시리즈에서 타잔의 친구로 열연했던 침팬지 ‘치타’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현지시간) 80세로 숨을 거뒀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인은 신장 기능 이상. 이로써 치타는 ‘타잔’의 주요 출연진 중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가 됐다.

 치타가 눈을 감은 곳은 은퇴 후 50여 년간 생활해 온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동물보호구역이다. 치타는 생후 1년 만인 1932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타잔 영화에 출연했다. 이후 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어릴 적부터 치타와 함께 해 임종까지 지켜본 보호구역 책임자 데비 코브는 “치타는 매우 활동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축구경기 관람을 좋아했다”며 친구인 치타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치타의 재능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사람의 기분을 맞추는 데도 능숙해 기분이 나빠보일 때는 웃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을 보거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 배설물을 집어던지는 등 심술궂은 행동을 하기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은 치타의 죽음을 보도하며 “일반 침팬지의 수명은 35~45년”이라고 전했다. 침팬지는 야생이 아닌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경우에도 60년을 넘기긴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치타는 이를 훨씬 넘겨 2008년 ‘세계 최장수 유인원류’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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