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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吊?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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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끝맺었다고 하고 소인은 죽었다고 한다(君子曰終, 小人曰死).”
『예기(禮記)』 '단궁(檀弓)'편의 한 구절이다. 후세 사람들은 “종(終)이라는 것은 그 시작을 완성했다는 말이고, 사(死)라는 것은 사멸하여 남은 것이 없다는 뜻”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사(急死)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날 중국은 4대 권력기관인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북한에 언전(?電·조전)을 보냈다. ‘조상(弔喪)의 뜻을 표시하는 전보’를 한국은 조전(弔電), 중국은 언전(?電)이라 한다.

조(弔)는 사람(人)이 활(弓)을 등에 진 모양새다. 고대에는 장례에 관(棺)을 쓰지 않았다. 금수가 사체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조문하는 사람이 활로 금수를 쫓았다. 한자 조(弔)의 연원이다. 언(?)의 소리 부분인 언(言)은 신 앞에서 자신의 올바름을 주장하는 선서란 글자다. 언(?)은 죽은 사람의 일가친척 또는 상사(喪事)를 주관하는 사람에게 위문을 표시하는 것, 조(弔)는 죽은 사람에게 인사 드리고 경의를 표한다는 뜻이다. 남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 상주(喪主)를 위문하는 조문(弔問)을 중국에서는 조언(吊<5501>)이라 한다. 조(吊)는 곡(哭)하는 입(口)과, 등(燈)에 쓰이는 헝겊(巾)을 더한 글자다. 장례 풍습이 바뀌면서 글자가 바뀐 것이다.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담화문을 통해 조의(弔意)는 표시하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한해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로 방북 조문을 허용했다.

죽음을 뜻하는 한자는 종(終), 사(死) 외에도 붕(崩), 훙(薨), 졸(卒) 등 다양하다. 김정일의 죽음을 국내 언론은 사망(死亡), 중국의 언론은 서세(逝世·서거)로 보도했다. 『춘추(春秋)』를 지은 공자(孔子)는 대의명분을 좇아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 기록하는 춘추필법(春秋筆法)을 확립했다. 맹자(孟子)는 “공자가 『춘추』를 완성하니 난신적자들이 두려워했다(孔子成春秋,而亂臣賊子懼)”고 말했다. 긴 세월이 흐른 뒤 우리 후손들은 김정일의 죽음을 준엄한 사필(史筆)로 기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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