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혼자 하지 마세요, 보건소에 물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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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올해 발표한 흡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 시도를 한 사람은 전체 금연 시도자 중 84.7%에 달했다. 이중 60% 이상이 술자리에서의 흡연 욕구, 스트레스 같은 요인 때문에 금연에 실패했다. 이 통계는 흡연자 대부분이 혼자서 금연을 시작하고 다시 흡연의 늪에 빠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약 이들이 금연을 시작할 때 보건소 금연클리닉과 금연 상담전화를 이용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변했을까.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김철환 교수는 “금연 성공률이 최소 10%는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금연 상담프로그램은 세계 최고 수준. 내년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 총회에서도 국내 상담프로그램이 모범 사례로 제시될 예정이다. 한 해가 기울기 전 금연에 도전장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금연 상담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올해 시청 앞에서 열린 ‘금연 캠페인’ 행사장에서 보건소 직원이 체내 일산화탄소 측정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담뱃갑에 딸 사진 넣고 다녀라” 조언

금연전화상담(1544-9030)은 상담사와 직접 얼굴을 보지 않는다. 따라서 대면 상담을 꺼리는 청소년이나 여성 흡연자가 이용하기 편리하다. 처음 전화를 하면 상담사가 언제부터 흡연을 시작했는지, 자주 흡연하는 시간대는 언제인지 등에 대해 물어본다. 흡연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음주습관 같은 건강행태에 대한 질문도 받는다.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금연을 시작하는 날까지 1~2주 정도 시간을 준다. 이 기간에 흡연 양을 조금씩 줄이면서 금단현상이 나타났을 때 대처 방법을 알려준다. 담배를 대체할 수 있는 간식거리와 손지압기 같은 물건을 구입하도록 도와주는 것.

 금연을 시작한 후 처음 30일은 집중관리 대상이다. 전화상담은 이 기간에 8번 진행된다. 금단 현상과 흡연 욕구에 대한 행동요법을 안내받는다. 대기업 간부인 한 50대 남성은 여러 번 금연에 실패하다가 딸의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담배를 끊었다. 그는 담뱃갑에 한 개비의 담배를 넣고 다녔다. 담배가 없으면 빌려서 피울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배가 생각나 담뱃갑을 열면 웃고 있는 딸 사진도 함께 있었다. 금연 방법은 상담받는 사람마다 다르다. 한 20대 초반 여성은 가지고 싶은 물건 리스트를 작성한 뒤 한 달 단위로 금연에 성공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선물을 했다. 임신한 아내와의 약속편지를 넣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모두 금연상담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성공한 것이다. 금연전화상담을 이용한 사람의 한 달 금연 성공률은 지난해 53%나 됐다.

금연 의지를 북돋아주는 금연저금통(오른쪽), 금연서약카드(가운데), 맞춤형 행동카드.

전국 253곳 보건소서 6개월간 관리해줘

전국 253곳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은 전화상담과 다르게 금연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 신청하는 편이다. 6개월 동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첫 방문은 전화상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혈압·체중·혈중 일산화탄소 수치검사 등을 직접 받을 수 있다. 손가락을 넣으면 스트레스 지수가 나오고, 활성산소 수치를 검사해 주는 기기도 이용할 수 있다. 인천 중구보건소 건강증진팀 조명희 팀장은 “최근 무료 금연침 시술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니코틴 패치도 3단계로 나눠 무료로 제공한다.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니코틴 양이 가장 많이 함유돼 있는 패치가 2주간 나온다. 하루 15개비 정도 피우는 사람에게는 니코틴 함량이 3분의 1로 줄어든 패치를, 하루 7~8개비 정도 피우는 사람에게는 니코틴 함량이 9분의 1로 줄어든 패치를 제공한다.

 보건소에서 은행과 제휴해 건강통장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3년 만기 적금 통장의 연이율을 5%까지 보장해줘 금연 의지를 북돋워 주는 역할이다. 아직 한 보건소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지만 이 제도를 시행한 지 3개월 만에 70명이나 가입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혹시 담배 피우실려고요?” 문자도 보내

처음 4~6주 동안 특별 관리기간이 끝나면 유지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전화상담과 방문상담 모두 비슷하다. 점심식사 후 담배가 끌린다고 답한 사람에게는 그 시간에 ‘혹시 담배 피우실 생각이세요?’ 같은 휴대전화 문자가 보내진다.

 담배 피우는 것을 끊고 난 뒤 생활습관 변화도 확인한다. 하루에 얼마나 앉아 있는지, 대체물로 사용하는 간식 종류는 무엇인지 확인한다. 담배 대신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고 있다고 답하면 체중 증가를 막아주는 차나 견과류를 권하는 식이다. 여성 흡연자는 대부분 체중 관리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 방법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국립암센터 임민경 금연상담전화센터장은 “흡연 충동은 2~3분만 참으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때문에 깊게 심호흡을 하거나 말랑말랑한 공을 만지게 하는 것처럼 순간적인 충동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도 상황에 맞춰 안내한다”고 말했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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