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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개발에 문화재 관리 비상

중앙일보

입력

11일 오전 10시,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 언남리 용인향교(구성향교.향토유적 제1호). 담 너머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자재 운반용 기중기가 상공을 휘젓고 트럭들이 내뿜는 매연과 흙먼지가 향교 지붕과 마루 곳곳을 뒤덮어 폐가(廢家) 모습을 하고있다.

뚝딱거리는 해머 소리와 중장비 굉음 때문에 잠시도 머무를 수 없을 정도다.

이곳에서만 최고 18층 짜리 고층아파트 1천4백여가구가 건립중이고 4백40여 가구는 입주한 상태다.

조금 남은 주변 공터들에도 아파트나 상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래저래 향교는 '아파트속의 섬' 이 될 처지에 놓여있다.

주민 김원기(金元基.42)씨는 "예전에는 주변 경관이 뛰어나 학생들이 찾아와 역사 공부도 하고 쉬었다 갔으나 지금은 위치 조차 찾기 어렵게 됐다" 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지역 문화재와 유적지, 박물관 등이 마구잡이 개발의 또다른 피해를 겪고있다.

사유지 개발을 막을 없다며 대책 마련을 외면한 당국과 돈벌이에만 급급한 건설업체의 탐욕 때문에 일부 유적지와 문화재가 아파트 숲에 갖혀 조망권을 완전히 잃은 폐허로 변했다.

수지읍 상현리 심곡서원(경기도유형문화제 제7호)과 42번 국도 건너편에 있는 조광조묘.신도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 3년 동안 주변에 2천여 가구의 아파트와 상가가 건립돼 얼마전까지만 해도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던 서원내 3개동 고건물들이 왜소해졌다.

인근 42번 국도변 조광조묘 터 주변 1만6천평 가운데 5천평도 아파트 건립 예정지로 매각됐다.

또 세계 4대 야외 박물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기흥읍 보라리 민속촌의 경우 앞쪽에 아파트가 우뚝 서있어 볼썽사납기 짝이없다. 앞으로도 주변에 1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해 1백40만명(외국인 24%)이 찾는 전통 관광지가 고유의 멋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민속촌 정남두(鄭南斗)총무부장은 "외국에서 온 학술연구가들이 하나같이 '왜 주변환경을 망치느냐. 전통가옥앞에 웬 아파트있냐' 며 의아해 한다" 고 말했다.

이밖에 수지읍사무소 인근 임진산 성터를 비롯, 역북동 채제공묘 등 보존가치가 높은 10여종의 문화유적 및 발굴지가 무대책으로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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