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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좋아진 3세대 하이브리드카 … 도요타 vs 시빅 재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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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카를 양산했다. 1997년 선보인 프리우스가 신호탄이었다. 프리우스가 데뷔하던 해, 혼다는 도쿄모터쇼에 하이브리드 컨셉트 카 J-VX를 내놨다. 도요타가 프리우스를 일본 내수시장에 내놓고 분위기를 살피는 사이, 혼다는 인사이트를 내놨다. 나아가 프리우스보다 7개월 앞서 인사이트를 미국에 수출했다. 이후 10여 년간 도요타와 혼다는 세계 하이브리드 기술의 흐름을 주도했다. 도요타는 복잡하고 심오한 메커니즘을 추구했다. 관련 특허를 싹쓸이해 배타적 왕국을 세우고자 했다. 혼다는 쉽고 합리적인 방식을 추구했다. 부담 없이 사서 위화감 없이 몰 수 있는 차를 꿈꿨다. 도요타가 완벽주의자였다면, 혼다는 현실주의자였다. 두 기업의 문화 차이가 드러났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직병렬 혼합식이다. 저속이나 정속주행 때 전기모터만으로도 달릴 수 있다. 가속하면서 배터리도 충전할 수 있다. 대신 두 개 이상의 강력한 모터와 용량 큰 배터리가 필요하다. 반면 혼다의 시스템은 병렬식이다. 전기모터가 엔진을 보조한다. 대신 시스템이 가볍고 원가가 적게 든다. 가변밸브장치 등 기존 엔진 기술도 활용할 수 있다.

 프리우스와 시빅 하이브리드는 두 회사의 대표 하이브리드 카다. 같은 시장을 겨냥한 라이벌이다. 지난달 혼다코리아가 신형 시빅 하이브리드를 국내에 선보였다. 시빅으로는 9세대, 시빅 하이브리드로는 3세대다. 지금의 프리우스 역시 3세대로 2009년 데뷔했다. 둘 다 지금의 3세대로 진화하며 배기량을 키웠다. 성능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프리우스는 직렬 4기통 1.8L 99마력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 무단변속기(CVT)를 짝지웠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직렬 4기통 1.5L 91마력 엔진과 무단변속기를 얹는다. 프리우스와 달리 시빅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가 한 개다. 배터리는 도요타가 니켈메탈, 혼다가 리튬이온을 쓴다. 공인연비의 차이는 확연하다. 프리우스가 29.2, 시빅 하이브리드가 24.7㎞/L다.

 신형 시빅 하이브리드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 데 집중됐다. 뒤 서스펜션을 더블위시본에서 멀티링크로 바꿨다. 흡기구를 10% 줄여 공기저항을 개선하되 냉각효율은 높였다. 고강성 프레인을 더해 차체 무게를 7% 덜었다. 기둥을 다듬어 시야도 챙겼다. 또한 이전엔 시속 12㎞ 이상 속도 내지 않으면 멈춰도 시동이 꺼지지 않았다. 신형은 움찔했다 멈춰도 꺼진다.

 나아가 시속 30~40㎞까지 모터로 달릴 수 있다. 과거엔 이론상 가능해도 실제 경험하기 어려웠다. 가파른 오르막에서 출발이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해 차가 멈추면 자동으로 3초간 브레이크 거는 기능도 더했다. 가속은 다소 빨라졌다. 손에 땀이 날 정도는 아니지만 종종 도로의 흐름을 주도할 실력은 된다. 물론 프리우스가 배기량의 차이만큼 가속도 앞선다.

 운전감각은 시빅 하이브리드가 더 자연스럽다. 모터의 개입이 덜한 탓이다. 프리우스보다 승차감도 부드럽고 핸들링도 예리하다. 프리우스는 심오한 얼개만큼 느낌도 낯설다. 지하철 비슷한 소음이 두드러지고 제동감각도 어색하다. 둘의 실제연비 차이는 공인연비와 비슷했다. 도심 위주로 달릴 때 프리우스는 20㎞/L, 시빅 하이브리드는 16㎞/L 안팎을 기록했다.

 신형으로 진화하면서 시빅 하이브리드와 프리우스의 간격은 한층 가까워졌다. 가격 역시 시빅 하이브리드 3690만원, 프리우스 3790만원으로 딱 100만원 차이다.

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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