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러년 전세계 장애인 우상으로

중앙일보

입력

시각 장애인으로 시드니올림픽 미국 육상대표로 선발된 말라 러년(31)이 장애인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17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세크라멘토에서 벌어진 미국육상대표선발전 여자 1천5백m에서 4분06초44로 3위를 차지, 올림픽 본선 사상 최초의 시각장애인 선수로 기록된 러년의 승전보가 알려지자 전세계 장애인들의 e-메일이 답지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시각장애인 선수로 활약중인 네명과 함께 미국 미디어협회의 주선으로 20여명의 시각장애아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러년은 시각장애아들에게 "용기를 잃지말고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말 것" 을 부탁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했다.

"장애인임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에게 패배한 것" 이란 사실도 빼놓지 않고 덧붙였다.

그가 대표선발전을 마치고 고향인 오리건주 유진으로 돌아온 뒤 받아본 e-메일은 2백50여통. 러년은 "나는 장애인 선수로 기억되길 원하지 않는다" 며 "남들과 똑같은 육상선수로 대해달라" 는 내용이 포함된 답장을 일일이 보냈다.

러년은 이번 대표선발전에서의 걸림돌은 시각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지난 6월 자전거를 탄 아이를 피하다 다친 왼쪽다리의 통증이었다고 항변했다.

어렸을 때부터 시각장애아임을 거부해온 러년의 고집이 '인간 승리의 드라마' 를 연출하게 된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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