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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 중국 광둥을 가다] 上. '희망의 땅' 주강 델타

중앙일보

입력

중국 광둥(廣東)지방이 세계 제조업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선전·둥관·주하이(珠海) 등 주강(珠江)을 둘러싼 이른바 주강 델타지역이 세계 정보기술(IT)산업 제품의 생산 거점으로 확고히 자리잡으면서 중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발전의 견인차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마더보드의 35%,CD롬의 80%,키보드의 60%가 주강 델타지역에서 생산되며 마우스 40%,복사기 50%,프린터 50%도 여기서 나온다.

8월로 덩샤오핑(鄧小平)이 이 곳에 경제특구를 설치한지 20년이 됐다.이 지역이 얼마나 변했는지,그리고 이 곳에서 외국기업들은 어떻게 뛰고 있으며 우린 어디쯤 서 있는지를 현장 르포로 살펴본다

선전시 난산(南山)구 과기공업원 커파루(科發路)는 요즘 공사장 굉음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중국 굴지의 컴퓨터.노트북.서버 제조업체인 창청(長城)집단이 4억7천만위안(약 6백50억원)을 들여 새로운 연구개발단지와 생산공장을 짓는 현장이다.

내년 6월 이 연구개발.생산단지가 완성되면 창청의 PC.노트북.서버의 연 생산능력은 3백만대 규모로 늘어난다.

창청은 선전 교외 스옌(石岩)지역에도 3억1천3백만위안(약 4백30억원)을 투자해 총면적 23만㎡의 컴퓨터 단지를 조성 중이다.

1986년 12월 불과 3백만위안의 정부 출자금으로 설립된 창청집단은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1천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이 회사 두허핑(杜和平.45)부총경리는 "2000년대에는 합작사인 IBM에 버금가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꿈이다.

아직 길은 멀지만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말했다.

선전시 화차오청(華僑城)에 들어서면 깔끔한 현대적 시설을 갖춘 대규모 연구개발.생산단지가 보인다.

TV와 휴대폰 제조업체인 콩카(KONKA.康佳)의 선전시 총본부다.

회사에 들어서니 전직원이 대형 회의실에 모여 '21세기 발전전략과 우리의 과제' 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 회사의 왕루(王□.36.여)부총경리는 "아직까지 우수한 품질의 저임금 인력이 강점이지만 21세기엔 창의력.기술로 승부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성공은 광둥 경제의 특징인 '흐름의 경제' 란 독특한 시스템과 맞물려 있다.

이 지역 기업은 필요한 부품의 80% 이상을 현지에서 해결한다.

전화 한통이면 어떤 부품도 신속하게 손에 넣을 수 있고, 값도 동남아산보다 20% 이상 싸다.이 지역에 5만개 이상의 부품업체가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저렴하고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거미줄처럼 얽힌 생산흐름이 주장강 델타를 일으킨 진짜 힘인 것이다. 기술력도 만만치 않다.

일본기계수출조합 홍콩사무소의 구로타 가쓰로(黑田篤郞.40)소장은 "최근 주장강 델타지역에서 중국 상표를 붙인 각종 첨단기계가 많이 나오고 있다" 며 "중국이 기술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다" 고 말했다.

디지털 교환기와 휴대전화 기지국 등 첨단통신 분야 중국시장의 절반 이상을 중국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은 사업여건도 뛰어나 외국투자자를 매료시킨다.

둥관삼성전기의 정재환(鄭在煥)전무는 "둥관시 정부가 땅은 물론 건물까지 제공해 우리는 생산 라인을 깔고 사무실 단장만 했다" 고 밝혔다.

선전.둥관.주하이〓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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