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원·원산 큰 공장 정상 가동 … 수출품 차질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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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중국 단둥과 북한의 접경에 자리 잡고 있는 단둥해관 정문 주변의 무역회사 모습. 평소에는 북한에서 나온 상인들로 붐볐지만 이날은 발길이 거의 끊겨 썰렁했다. 이날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차의 수량도 급격히 줄었다. [단둥=한우덕 기자]

“큰 회사는 일 없습네다. 공장도 잘 돕네다. 그러나 무역업을 하는 소규모 회사들은 아마 물건을 못 보낼 겝니다.” 신의주에 있는 한 북한 직장인은 단둥(丹東)에 있는 사업 파트너인 저우(周)사장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정상’이라는 얘기다. 그와의 통화는 21일 오전 압록강변에 있는 저우 사장의 사무실에서 20여 분의 시도 끝에 이뤄졌다. 단둥에서 의류 관련 무역업을 하고 있는 저우 사장은 기자가 요구한 질문을 대신 말하는 형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공장 직원들은 출근했나.

 “사리원과 원산 공장 모두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직원들은 모두 출근했다. 다만 애도기간에는 근무시간이 단축될 것 같다.”(저우 사장은 북한 현지 업체에 의류를 주문생산해 이를 한국·일본·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물건은 보낼 수 있는가.

 “괜찮다(저우 사장이 주문한 물량은 보낼 수 있다는 말). 중국에서 화물차가 들어와 신의주에서 물건을 싣고 가는 것은 아직 문제가 없다. 다만 북한 화물차는 단둥으로 갈 수 없다. 북한 사람들도 일절 국경을 넘지 못한다.”

 -다른 업체들은.

 “큰 기업은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신의주의 소규모 무역업은 모두 중단됐다. 개인 무역상들은 물건을 (중국에) 보낼 방법이 없다.”

 -신의주에 남아 있는 중국인들은 어떤가.

 “모두 돌아가는 눈치다. 일이 없으니 여기 있어 봐야….”

 -직원들의 분위기는.

 “좋을 일이 뭐 있겠는가. 웃음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결근을 하거나 근무지에서 이탈하는 직원은 없다. 공장 직원들은 하루에 두 번 애도 시간을 갖는다.”

 북한에서 단둥으로 건너온 화교(중국 국적)들이 전하는 신의주의 분위기도 대체로 비슷했다. 해산물 관련 무역업을 하고 있는 왕(王·여성) 사장은 21일 오후 전화 통화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이 발표된 19일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며 “대부분 외출을 삼가고 집안에서 머물며 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뜩이나 경제 사정이 안 좋아 먹을 게 없는데 이 일이 닥쳐 북한인들의 생활고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먹을 게 없다는 게 더 걱정’이라는 얘기였다. 그는 현지 사정을 묻는 질문에 “더 이상 얘기할 게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날 단둥에서 북한으로 가는 차량은 정상 운행됐지만 물동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현지 관계자는 “원래 이맘때면 북한의 자금 배분이 끝나 교역량이 줄어든다”며 “여기에 김 위원장의 사망이 겹쳐 양국 물동량 왕래는 당분간 거의 끊길 것”이라고 말했다.

단둥=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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