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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꾼 아니라 기업가치 창출자다

중앙일보

입력

“흙속에 묻힌 진주 같은 회사를 발굴해 사업 내용을 키우고 통합하는 게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기업사냥꾼이란 말은 이해 부족에서 오는 잘못된 편견이죠.” 최근 코스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리타워테크놀로지스의 데니스 루이 신임 사장(49)은 자신들의 사업모델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리타워테크놀로지스는 지난 5월 한때 주가가 32만5천5백원(액면가 5백원)에 달해 같은 날 3백25만원을 기록한 SK텔레콤을 누르고 새로운 황제주로 등극하기도 한 화제의 기업.

이 회사는 보일러용 가스배출기 제조업체인 파워텍을 홍콩에 기반을 둔 리타워그룹이 지난 1월 인수, e비즈니스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불과 5개월 만에 주가가 1백배 이상 상승했다. 이같은 화려한 상승세 덕분에 한때 작전개입설까지 나돌기도 했었다. 실제 작전설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8월5일 현재 리타워테크놀로지스의 주가는 14만원에 머물고 있다.

리타워테크놀로지스가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독특한 기업인수방식 때문이다.

리타워테크놀로지스는 현재 8개의 국내 정보통신(IT)업체를 인수해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지주회사. 이 회사는 최근 3개월간 리눅스인터내셔널,비즈투비즈, 파트랜드, 고려정보시스템, 에이원닷컴, 유니컴네트, 아이팬텍, 마이크로컴 등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솔루션을 갖고 있는 회사들만 잇따라 인수했다.

리타워테크놀로지스가 이들 회사 인수를 위해 사용한 돈은 모두 5백억원. 하지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이용, 3백70억원을 회수해 실제로 이 회사가 쓴 돈은 1백30억원에 불과하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이란 인수 대상기업의 대주주들에게 현금 대신 리타워테크놀로지스의 주식을 나눠 주는 방식이다. 이 회사가 가장 많은 돈을 들여 인수한 유니컴네트의 경우 1백75억원을 들여 유니컴네트의 지분 60%를 인수했고, 바로 다음날 유니컴네트 이봉균 사장을 제3자로 실시한 유상증자를 통해 1백24억9천9백만원을 회수했다. 결국 50억원으로 간단히 회사를 ‘접수’한 셈이다.

지난 8월1일 이루어진 아시아넷 인수도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인수가격은 약 1조5천억원에 달해 통신부문을 제외한 테크놀로지 분야에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루이 사장은 “이같은 방식을 놓고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하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주식스와프(swap·주식 맞교환)방식의 일종이다”라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M&A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이 주식스와프 방식이지만 국내에서는 상법상 주식교환 후 자본금 전환이 제약을 받기 때문에 다소 변칙적인 방식으로 주식스와프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인수방식을 놓고 회사의 껍데기만 사서 주가를 띄워 혜택을 본다며 ‘기업사냥꾼’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루이 사장은 자신들은 “회사를 인수 후 새로운 내용으로 개발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라며 “회사를 적대적으로 인수한 뒤 산산이 분해해 되파는 기업사냥꾼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루이 신임 사장은 5년 전 홍콩의 최대 재벌 리카싱 회장에 의해 허치슨 텔레콤 CEO로 발탁됐던 인물로 허치슨텔레콤을 대만·중국·홍콩 등 중화권 최고의 이동통신 기간통신망업체로 끌어올린 신화의 주역이다. 그의 이번 영입에는 현재 리타워테크놀로지스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유신 전 사장과의 개인적인 친분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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