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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내년 수입 6억2400만원 몽땅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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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찬호 선수가 20일 열린 한화 이글스 입단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선수는 내년 시즌 한화로부터 받는 6억2400만원 전액을 기부한다. [정시종 기자]

한국 최초의 ‘메이저 리거’ 박찬호(38) 선수의 내년 수입은 ‘0원’이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구단에서 받는 6억2400만원을 모두 야구 발전을 위해 내놓았다.

 박찬호 선수는 20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화 구단 입단식에 참석했다. 계약조건은 계약금 없이 연봉 2400만원이다. 2400만원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한 프로야구 선수 신인 최저연봉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투수 최다승(124승) 기록을 세운 박찬호 선수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금액이다.

 원래 구단에서 내년 시즌 박찬호 선수에 주기로 책정한 돈은 최대 6억원(연봉 4억원+옵션 2억원)이었다. 한화는 올 시즌 팀내 최고연봉자인 류현진(24·4억원) 선수나 내년 시즌 프로야구 투수 최고연봉자 정대현(33·롯데·5억원·20일 현재) 선수보다 많은 연봉을 줘 박찬호 선수의 체면을 세워줄 계획이었다.

 박찬호 선수는 19일 노재덕(47) 한화 단장·이상군(49) 운영팀장과 점심식사를 했다. 연봉 협상을 하기 위해 처음 만난 자리였다. 여기서 박 선수는 구단에 내년 연봉 책정을 백지위임했다. 그러면서 “내가 받을 수 있는 연봉 모두를 야구발전기금으로 내놓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6억원은 박찬호 선수의 몸값이 아니라 ‘야구발전기금’으로 바뀌었다. 또 박찬호 선수는 KBO 선수 등록에 필요해 받는 연봉(2400만원)도 어린이들을 위해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게 6억2400만원은 모두 기부금이 됐다.

 “공을 던져 팬들께 즐거움을 안겨드리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한국야구에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시작하고 싶다. 구단에서 ‘야구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하자’고 제의했고, 나는 ‘연봉을 모두 야구 발전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 좋은 롤 모델이 되고 싶다.”

 박찬호 선수는 입단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화는 이 돈을 시즌 중 박 선수가 원하는 곳에 박 선수의 이름으로 기부한다. 오성일 한화 홍보팀장은 “아직 구체적인 용처는 없다”면서도 “어린이와 유소년 야구를 위한 곳에 쓰일 것 같다”고 했다.

 박찬호 선수는 유소년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다. 1996년부터 매년 유소년야구교실을 열었고, 2000년부터 시작된 박찬호기 전국초등학교야구대회에 꼭 모습을 보였다. 한화 입단식에서도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돼야 어린이들이 야구를 통해 얻은 즐거움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 한국에는 야구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말도 했다.

 “18년 동안 미국과 일본에서 뛰면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다. 국가대표로 한국선수들과 팀을 이루며 추억을 만들었다. 한국 야구장에서 팬들 앞에서, 한국선수들과 야구를 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이뤄졌다. 이런 기회를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다.”

 박 선수는 한국에서 뛰게 된 것에 대해 진정으로 감격해 했다.

글=허진우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한화 이글스 입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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