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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맛있는 만화를!

중앙일보

입력

우리가 일상에서 즐기는 요리가 다양한 만큼 요리를 주제로 한 만화도 즐비하다. 국산 만화에는 그 수가 적지만 최근 〈짜장면〉이 요리 만화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으로 눈을 돌려볼까?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만화들이 주변에는 많이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도 소개된 것들을 본다면 최고의 요리 만화 〈맛의 달인〉(원제:오이신보)
〈아빠는 요리사〉, 〈대사각하의 요리사〉, 〈미스터 초밥왕〉, 〈중화일미〉, 〈철냄비 짱〉등이 있다.

이들 요리 만화 가운데 셋을 꼽자면,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미스터 아짓코〉, 중국 4천년의 요리를 선보인 〈중화 일미〉, 마지막으로는 요리 만화를 소개하면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맛의 달인〉일 것이다.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게 안타까운〈미스터 아짓코〉

우리 나라에 소개된 일본 요리 만화도 많은데 하필 이 작품을 뽑아서 평가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재미있는 요리 만화이기 때문이다.

'아짓코'라는 말은 '맛'이라는 뜻의 '아지'라는 일본어에 '어린이, 아이'라는 뜻의 '코'가 붙어서 생긴 합성어다. 별로 크지 않는 음식점을 경영하는 요리사인 주인공이 전 세계를 상대로한 요리대회에서 우승하는 과정을 그린 만화.

그림체는 〈권법 소년 친미〉와 비슷하다. 첫편에서 만든 것은 스파게티. 그 이후에 나오는 요리 대부분이 일상적으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정말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들. 당시 크게 히트 쳤었다.

또 이 작품은 요즘 요리 만화에서 빠질 수 없는 '대회'라는 개념을 충분히 활용한 만화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대회의 내용을 주로 하고 있다. '대회'라는 것은 1:1 요리 대결 같은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승부의 끝에서 친구나 라이벌이 생길 수가 있다. 그 만큼 만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이 만화는 TV용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방영되었는데, 만화의 재미를 증폭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특히 늘 시식을 하는 할아버지의 '맛~있~다~!'라고 하는 외침과 함께 빠른 말로 전하는 요리 평론은 만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중화요리를 중심으로 한 만화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끈 〈중화일미〉

이 만화는 TV판 애니메이션이 수입되어 KBS에서 방영되고 나서 그 주가가 더욱 치솟은 만화다. 초반에는 별로 인기가 없었던 만화였지만 '중화 요리' 중심이라는 차별화와 '권선 징악'이라는 재미가 결합한 만화로 중반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

배경은 청나라 말기. 줄거리는 천재 요리사 바이를 어머니로 둔 주인공 마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부터 자신의 가게를 지키기 위해 요리 대결을 시작부분에서 황실에서 주관하는 요리대회에서 우승하여 '특급 주사'의 호칭을 받게 되는 부분까지가 초반부. 특급 주사의 신분으로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요리사들을 무찌르는 부분이 중반부. 그리고 운석으로 만들어졌다는 신비의 조리기구를 둘러싸고 암흑요리계와 마오와 그의 친구들이 펼치는 대결이 후반부다.

이 만화는 마오의 최고 동료이자 최대의 라이벌인 훼이와 요리대결을 펼쳐 비김으로서 끝이 난다.

이 만화가 연재되고 있었던 시기, 일본에서는 일대 요리 붐이 일었었다. 그리고 많은 요리 관련 프로가 연일 방영되던 시기였다. 그런 때에 프랑스 요리 못지 않는 다양성과 동양의 신비를 가진 중화 요리를 만화 소재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끈 것이다.
그런 인기가 우리 나라에까지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성급하게 끝내려는 흔적이 보여 아쉽다. 이런 점은 장기 연재를 계속 지켜본 독자들의 흥을 반감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전체적으로는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요리 만화계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맛의 달인〉

이 만화가 굳혀 놓은 만화 요리 최정상 부분은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TV판 애니메이션도 제작되어 인기리 방영되었다. 게다가 일본과 한국의 아마추어 요리사들에게는 이 만화가 필독서로 통할 정도로 유명한 작품. 하지만...왜 일까?

이 만화에는 큰 줄거리가 없다. 요리에 따라 다른 스토리가 펼쳐지는 스타일이다. 단지 신문사에 다니는 주인공 지로와 그 신문사에 신입으로 들어온 유우끼가 여기 저기 다니면서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어떤 사건 때문에 지로가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요리가 주 내용이 되면서, 그것 때문에 초반에 작가가 구상했던 주인공 지로와 그의 아버지의 대결이라는 양상은 많이 빛이 바래고 말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메울 만큼 충분한 재미가 이 만화에는 있다.

이 만화가 요리 만화로서 입지를 굳힌 요인에는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요리의 다양성, 둘째는 요리에 대한 묘사의 정확성, 마지막은 맛 평가의 사실적 표현.

요리의 다양성 면에 있어서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는데 50권 가까이 연재되면서 많은 요리를 선보여온 만화이기 때문이다. 동양 요리와 서양 요리를 넘나들었으며 서민 음식에서부터 좀처럼 먹기 힘든 최고급 요리까지 보여주었다.

보통 요리 만화에서 꼭 한두 명의 요리 평론가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말로만으로는 그 요리가 과연 어떤 맛인지 알 수 없다. 특히 외국 요리일수록 더욱 그 맛을 알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잘 모르는 요리 맛을 알기 쉬운 일상적인 맛으로 바꾸어 설명하고 있다. 그 만큼 요리에 다가서기 쉽게 해 놓은 것이다.

요리 만화의 황제라고는 하나 나쁜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스토리 진행이 무척 더디다. 요리를 제외한 주변 이야기가 거의 없는 것도 흠으로 지적된다. 앞서 말했듯이 아버지와 지로의 대결양상도 느리게 진행되고, TV판에서는 급진전되는 지로와 유우끼의 러브스토리도 만화 쪽에서는 더디게 진행된다. 그러나 이 만화는 요리 만화의 클래스를 높였다는 점에서 최고로 손꼽히고 있다.

하승빈 사이버리포터<cityknight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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