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100조원 넘어 … 자영업 이대로 괜찮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사실상의 가계대출인 자영업자 대출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은행은 자영업자 대출을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하고 있지만, 부채 부담이 사업자 개인에게 지워진다는 점에서 가계대출과 별 차이가 없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농협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102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말(92조8000억원)보다 10조원이 늘었다. 지난해 증가액(4조1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고용 사정 악화로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진 데다, 기존 사업자도 장사가 되지 않아 돈을 빌리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이들의 창업·운영자금 수요가 증가하자 은행이 대출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566만6000명으로 한 해 전보다 13만5000명 늘었다. 2005년 연평균 617만2000명이었던 자영업자 수가 매년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내수가 확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시장에서 경쟁자 수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자영업자의 절대 다수가 ‘생계형’이라는 점이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생계형 자영업자가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한다”며 “이들이 대출을 늘릴 경우 단기적으론 생활이 좀 나아질지 모르지만 결국 본인은 빚 부담, 은행은 연체율 증가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경우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1.08%)이 가계대출 연체율(0.45%)의 두 배가 넘는다. 내년에 경제 사정이 나빠져 내수 경기가 악화할 경우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월급생활자는 소비를 줄여서라도 빚을 갚는다지만, 자영업자는 매출이 뚝 떨어지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사실상의 가계부채’라는 점도 문제다. 가뜩이나 해법이 안 보이는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더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말 기준 892조5000억원인 가계부채에 자영업자들의 부채까지 더하면 실제 가계의 빚 부담은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 경영대학원 이윤보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대출 증가 추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빚을 못 갚는 생계형 자영업자도 함께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선하·김혜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