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 … 민주화운동 명칭 일일이 열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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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고교 한국사 집필기준 시안을 발표하고 있는 손승철 강원대 교수. [김태성 기자]

새로 만들 고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이 16일 공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태진)가 이날 오전 위원회 대강당에서 주최한 공청회에서다.

이번 고교 집필기준에선 민주화운동 관련 서술이 상대적으로 강조됐다.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제주 4·3 사건, 친일파 청산 노력 등이 집필기준 시안에 일일이 명시됐다. 집필기준은 구체적 사건을 명시하기보다 교과서 제작의 큰 흐름을 제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선 주요 사건까지 명시해 놓은 것이다.

 예컨대 “4·19혁명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발전 과정을 정치변동과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중요한 흐름을 중심으로 설명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지난 10월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발표할 당시 민주화운동 명칭이 빠졌다고 해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중학교 집필기준 시안에서 논란이 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용어는 고교 집필기준 시안에서도 나란히 함께 사용됐다. 또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았다’는 문구와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라는 표현도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사 집필기준 위원장을 맡은 손승철 강원대 교수는 “집필기준은 최소한의 방향 제시이 다. 그래서 이게 빠졌다, 저게 빠졌다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집필기준에 민주화운동만 명시돼 있어도 실제 교과서에서 주요한 민주화운동을 빼놓을 순 없을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화와 관련해선 경제발전 과정을 서술하면서 빈부격차 등 사회문제를 야기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처리됐다. 북한 관련해선 북한의 세습체제, 경제정책 실패, 인권문제 등을 서술하도록 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수자 이화여대 교수는 “8·15 광복과 6·25전쟁 사이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 국가 틀을 마련해가는 과정이 명시되어야 한다”며 “이 시기는 헌법과 국회 운영, 군 창립, 정부 기구 구성 등 국가의 성격 및 틀이 잡히는 중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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