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기존통화 대체가능 여부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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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화폐(e-머니)는 기존의 통화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는 위협적 존재인가 - .

세계의 주요 금융기관과 경제학자들이 장차 e-머니가 통화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미 하버드대의 벤저민 프리드먼 교수는 온라인 결제회사가 1주일에 한개 꼴로 신설되는 지금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e-머니가 기존의 화폐를 대체할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그는 이와 함께 재할인 금리와 지불준비금 제도도 사실상 의미가 없게 돼 각국의 중앙은행도 존재 이유를 상당히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4월 e-머니의 확산으로 통화량 조절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 전자화폐 발행회사를 은행과 같은 신용기관으로 분류하고 e-머니와 기존 화폐의 교환가치를 똑같게 유지한다는 내용의 규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각국 중앙은행의 맏형 격인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은 지난달 경제 석학들을 초빙, 프리드먼의 주장을 조목조목 따져보는 행사를 연 뒤 그의 주장을 오류로 규정했다.

이 행사에서 런던경제대학의 찰스 굿하트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 일반 화폐가 사라지는 일 따위는 절대로 발생할 수 없다" 고 단언했다.

e-머니가 아무리 널리 통용된다 하더라도 간편성과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화폐의 장점을 대신할 수는 없으며, 자산운용 계획을 짜주고 신용을 보증해줄 기관에 대한 수요가 건재하는 한 은행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e-머니에는 신용카드와 유사한 IC카드형과 온라인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네트워크형이 있다.

IC카드형은 거래은행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이전해 사용하고, 돈을 다 쓰면 재충전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형은 온라인 결제회사에 사용자 정보를 저장해놓고 인터넷을 통해 PC뿐 아니라 무선통신으로도 결제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e-머니는 결제가 간편하고 신용 보안이 보장돼 앞으로 무선 인터넷 시대가 만개하면 사용이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주피터 커뮤니케이션스에 따르면 올해 e-머니 결제규모는 27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가까운 시일 내 1천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온라인 결제회사로는 엑스닷컴(X.com), 빌포인트닷컴(Billpoint.com), 프로페이닷컴(Propay.com), 페이미닷컴(PayMe.com)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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